“편해요. 드라마의 처음 1, 2부에선 민소매 티에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나오는데 너무 불편했어요. 밭에서 일하려면 이렇게 입을 수밖에 없죠.”
헐렁한 남방에 꽃무늬 몸빼바지를 입은 윤은혜. 흙이 잔뜩 묻은 고무장화까지 신은 모습이 영락없는 농촌 아낙이다. 윤은혜는 이번 드라마에서 “1년 동안 포도밭에 와 일하면 밭 1만평을 물려주겠다”는 친척 할아버지(이순재)의 제안을 받아들인 도시 처녀 ‘이지현’ 역을 맡았다. 옷이 입을 만하냐는 질문에 윤은혜는 “몸빼가 좋은 점은요, 아무리 많이 먹어도 티가 안나요”라고 받아 넘기며 생긋 웃는다.
윤은혜는 얼마 전 끝난 MBC 드라마 ‘궁’에서 황태자비로 출연했다. 황실의 일원에서 포도밭 일꾼으로 ‘전락’한 기분이 어떨까.
“드라마 찍으며 몸살이 났어요. 체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농사일은 정말 힘들더군요.”
극중 포도밭 관리인이자 윤은혜의 파트너 ‘장택기’로 나오는 오만석(30)이 “드라마 초반에 은혜씨가 엄청 ‘망가지는’ 장면이 많으니 기대하라”고 살짝 거든다.
‘포도밭…’은 윤은혜에게 두번째 드라마. 데뷔작 ‘궁’에서 그는 비록 황태자비의 신분이지만 속은 철부지 소녀에 불과한 ‘채경’ 역할을 잘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도 ‘흥행’에 성공해 국내 방송계에선 드물게 ‘시즌2’ 제작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가수로선 ‘베테랑’이나 연기자로선 신인인 만큼 새 출연작 선정을 놓고 고심했을 법도 한데 그는 달랐다.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번에 끝까지 다 읽었어요. 내가 정말 잘해서 뭔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죠. 다른 연기자가 이 역할을 맡으면 화가 날 것 같았어요.”
19살 고교생인 채경과 달리 ‘포도밭…’ 속 이지현은 26살 아가씨다. 올해 22살인 윤은혜가 아직 겪어보지 않은 연령대인 만큼 연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번 배역도 채경처럼 뻔뻔하고 명랑하며 철이 없는 역할이죠. 하지만 약간 성숙하기도 했어요. 채경이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면, 이번엔 말투나 행동에서 변한 모습도 볼 수 있을 겁니다.”
포도밭에서 1년만 일하면 땅 10만평을 거저 얻는다는 설정은 우리 농촌 현실에 맞지 않는다. 도시 처녀가 시골에 내려와 좌충우돌을 거듭하다 결국 농촌 총각과 로맨스에 빠진다는 스토리 역시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진다. 윤은혜도 이 점을 의식하는 듯 “어릴 때 외가가 있는 전북 부안에 자주 가 시골 분위기에 익숙한 편”이라며 “바쁜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순수한 감정을 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시청률 40%를 넘어선 MBC ‘주몽’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포도밭…’이 과연 시청자의 사랑을 차지할 수 있을까. 윤은혜의 각오는 일단 다부지다.
“올 여름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드라마를 만들겠습니다. 꼭 지켜봐주세요!”
영동=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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