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 시험무대 격인 분더숍(BOON THE SHOP) 무이(MUE) 등
편집매장을 둘러봐도 남성 브랜드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리바이스가 남성 전용 진 브랜드인 레드루프를 선보이고,
영국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빅토리녹스와 이탈리아의 폴앤샤크가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고,
영국의 프레드 페리도 대열에 합류할 예정.
아직까지 여성 패션에 치우치긴 했지만 국내 토종 브랜드 역시 남성 패션이 점차 힘을 발휘하는 양상이다.
# 편집 매장을 둘러보면 패션을 안다.
실루엣을 드러내는 정장이나 실크 소재가 남성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단조로웠던 남성복의 디자인이 점차 다양해지고, 비즈니스 정장과 캐주얼의 경계는 무너진 지 오래다.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시험매장 격인 편집매장을 둘러봐도 시즌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남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편집매장인 분더숍은 지난 2월 신세계 강남점과 청담동에 분더숍 맨을 열었다. 분더숍의 남성복 MD인 박정훈 대리는 “여성보다 판매 규모는 작지만 패션 경향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며 “디자이너 브랜드처럼 하이 패션에서는 국내의 유행 경향이 세계적인 경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분더숍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는 버버리의 명성에 최근 유행 요소를 가미해 나온 젊고 현대적인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SUM)과 맞춤복의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영국이 아닌 미국 디자이너가 만든 톰 브라운(Thom Browne).
편집매장 무이는 벨기에 디자이너 브랜드인 크리스 반 아시(KRIS Van ASSCHE)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클록(ClOAK)을 봄·여름 시즌에 새로 들여왔다. 크리스 반 아시는 디오르옴 진출에 힘을 보태다 지난해 가을·겨울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놓은 신진 디자이너. 클록의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필로코브는 마크 제이컵스의 패턴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2000년 클록을 런칭했고, 2004년에는 보그 패션어워드에서 영 디자이너 상을 수상한 재원이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갤러리아 명품관의 남성복 편집매장인 맨 지디에스(MAN GDS)는 정욱준의 론 커스튬(LONE COSTUME), 홍승완의 스위트 리벤지(SWEET REVENGE), 김서룡의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서상영의 서상영(suh sangyoung)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남성복 디자이너 네 명의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초반의 우려와는 달리 여전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고, 이번 시즌 서울컬렉션에서도 새로운 콘셉트와 디자인의 남성복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갤러리아 명품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2월 르 메일(LE MALE)을 열어 마크 제이컵스, 빅터&롤프, 존 발바토스 등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아 매입본부 김덕희 명품 바이어는 “월별로 매출이 20% 정도 늘고 있다”며 “20∼30대의 젊은 남성뿐 아니라 패션을 추구하는 40대 남성 고객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새로 등장한 남성 브랜드들
이제껏 여성 패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일본처럼 다양한 형태를 띤 남성 브랜드가 눈에 띈다. 윔블던과 데이비스 컵에서 3차례나 우승한 테니스 스타 이름을 딴 영국 브랜드 프레드 페리(Fred Perry)는 활동적인 거리 패션을 내세우고 있다. 올해 2월 스니커스와 액세서리 위주로 스니커스 편집매장인 플랫폼에 들어왔다. 플랫폼의 홍정연 이사는 “최근 1∼2년 사이 남성 패션 시장이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다”며 “프레드 페리는 유니섹스 브랜드지만, 패션에 민감한 남성 고객이 먼저 알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남성 브랜드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런칭한 폴앤샤크(PAUL&SHARK)는 아웃도어 브랜드라 할 수 있다. 1921년 이탈리아에서 울과 면 니트로 출발한 폴앤샤크는 요트 등 고급 해양 스포츠를 아우르는 아웃도어 캐주얼이다보니 남성·여성·골프 라인 등이 있지만 유독 남성들에 인기인 브랜드다. 9일에는 폴앤샤크의 CEO인 디니와 영화배우 장전, 국내외 연예인들이 참석하는 대대적인 런칭 행사까지 연다.
스위스 육군 칼을 납품해 명성을 얻은 빅토리녹스(VICTORINOX)도 우리나라 남성 아웃도어 캐주얼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1884년 탄생해 ‘비행기에서 수술용 칼을 대신했다’는 등 수많은 일화로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빅토리녹스는 1989년 시계 시장에 진출, 2001년에는 뉴욕에서 컬렉션을 열고 의류 사업을 시작했다. 2004년 일본에 이어 올해 한국 시장에 남성 컬렉션이 진출했다. 올해 가을·겨울 시즌에 여성복 진출에 앞서 남성복을 먼저 들여온 것. 빅토리녹스 상품MD 정한주 팀장은 “남성복 시장도 여성복만큼 트렌드 변화가 잦아졌다”고 전했다.
리바이스는 남성 프리미엄 진으로 레드루프 라인을 내놨다. 진의 벨트 고리를 빨간색으로 강조해 레드루프라 이름붙였다. 진의 쓰임이 캐주얼이 아닌 정장으로 넘어가면서 최고급 데님 원단을 사용해 남성 패션 마니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씨를 끌어들여 ‘레드루프 리미티드 에디션 바이 우영미’도 11일쯤 출시할 예정이다.
글 정재영, 사진 김창길 기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