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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황산…산은 산이로되그모습은 바다로다

입력 : 2006-04-28 15:20:00 수정 : 2006-04-28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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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일출을 보기 위해 나섰다. 어제부터 내리는 비는 아직도 그치지 않았고 안개마저 가득했다. 중국 황산(黃山)에 가면 일출이나 운해, 둘 중 하나는 봐야 한다기에 따뜻한 침대를 뒤로하고 일출 행렬에 동참했다. 해발 1680m 지점에 위치한 호텔에서 정상까지는 넉넉잡아 50분. 정상 주변 곳곳에 사람들이 모였지만, 안개와 구름이 끝내 걷히지 않았다. 일출은 볼 수 없었다.
허탈한 걸음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30분을 쉬었을까, 멍하니 내다보던 창밖에 놀라운 풍경이 벌어졌다. 순식간에 안개가 걷히고, 황산이 속살을 드러낸 것이다. 황산의 ‘3기(三奇)’라는 기송(奇松)과 괴석, 운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붉고 푸른 기암괴석이 기기묘묘한 모양의 소나무와 어우러져 계곡을 수놓았고, 서리 덮인 소나무에는 설화가 만발해 탄성을 자아냈다. 명나라 지리학자 서하객이 “오악(五岳)을 돌고 나니 천하의 산이 눈에 보이지 않고, 황산을 보고 나니 오악마저 눈에 차지 않는구나”라고 말한 황산의 경치가 바로 이것이던가!
황산의 운해는 살아 있었다. 이 계곡 저 계곡 출렁이는 구름바다는 산봉우리를 삼키고 뱉으며 수묵화의 장면들을 연출했다. 황산은 산이지만 그 모습은 바다였다. ‘서해빈관’과 ‘북해빈관’ 등 산꼭대기 호텔 이름에 ‘해(海)’자가 포함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황산은 신비로운 자태를 오래 드러내지 않았다. 계곡 아래 저 멀리 보이던 운해는 이내 발아래까지 차 올랐고, 또다시 쓰나미처럼 호텔을 삼켜버렸다. 황산은 그렇게 꼭 20분 동안만 장관을 연출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몽환적’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걸까.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운해와 절경들, 안개 속 봉우리와 절경지를 거미줄처럼 잇는 10만개의 돌계단은 선계(仙界)에 들어선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틀 동안 몇 천, 어쩌면 몇 만 개의 돌개단을 밟으며 황산 이곳저곳을 누볐지만, 아직도 황산을 알 수 없다. 그저 꿈 속처럼 신비롭게만 다가올 뿐이다. 사진이라도 찍어 두지 않았다면 잠깐 본 황산 절경을 스스로도 믿지 못했으리라.
황산 절경을 제대로 즐기려면 산장 호텔 마을에서 하루를 묵는 것이 좋다. 황산 입구에서 호텔 마을까지는 케이블카로 이동한다. 광명정과 시신봉, 석순봉 등 대부분 절경이 한 시간 이내 거리에 있고 새벽에 일출을 보기도 좋다. 그러나 황산 지역 날씨는 1년에 280여일이 흐리고 비가 오니 기상 확인은 필수다. 황산 시내 ‘청대 옛거리’는 또 다른 볼거리. 청나라 때 번화가 보습을 그대로 보존한 약 1km 상가 거리는 문방사우와 한약재 등으로 유명하다. 황산은 상하이에서 비행기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다. 인천공항에서 황산까지 전세기 직항노선이 4월 새로 생겼다. 비행시간은 두 시간.
황산(중국)=글·사진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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