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경찰서는 27일 강·절도 사건 용의자로 수배해 온 전문대 중퇴생 김모(31)씨를 전날 붙잡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북부 지역의 부녀자를 연쇄 성폭행했다는 진술을 받아내 일단 강·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연쇄 성폭행 등 여죄를 추궁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7월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집에 들어가는 A(여)씨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는 등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마포·서대문·용산·남대문 일대에서 여성 12명을 성폭행하고 초등학생 1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9일 서울 충정로3가 빈집에 들어가 디지털 카메라 등 금품을 훔치는 등 3건의 강·절도를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이밖에도 지난해 11월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1건의 강도, 6건의 절도 행각을 더 저질렀다고 자백, 여죄가 확인될 경우 성폭행 14건, 강·절도는 10건으로 늘어난다.
경찰은 서울 서북부 지역에서 연쇄 성폭행 사건이 시작된 지난해 1월부터 마포 일대에서 일어난 강·절도사건 1762건을 전면 재수사하던 중, 김씨가 훔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10만원권 도난 수표 1장을 입수한 뒤 과학수사팀에 정밀감정을 의뢰해 추적한 끝에 전날 오전 관악구 신림동의 한 모텔에서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이날 김씨에게서 연쇄 성폭행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는 자백을 받아낸 데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DNA) 감정을 의뢰해 김씨의 유전자가 13건의 성폭행 피해자와 1건의 절도사건에서 채취한 범인의 것과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를 통보받고 김씨의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경북 소재 전문대학 1학년을 다니다 중퇴한 김씨는 “2004년 6월부터 7개월간 동거했던 여자와 헤어진 뒤 성욕을 충족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고, 부산에 있는 동거녀를 찾을 비용으로 1000만원을 마련하려 했다”며 “그동안 잡힐까 봐 불안해 매일 성당에 다니며 기도했는데, 파출부 일로 생계를 잇고 있는 홀어머니 생각에 자수하지 못했다”라고 범행동기와 심경을 털어놨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가 199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대문과 마포에 거주해 이곳 지리를 잘 알고 있다”며 “김씨는 범행장소 주변을 며칠동안 지켜본 뒤 빈집에 여자가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범행을 저지르는 치밀함을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서북부 연쇄성폭행 사건일지
▲2005. 1. 13=서대문구 충정로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초등학생을 빈집으로 유인해 강제추행
▲2005. 7. 13=서대문구 북아현동 여중생을 뒤따라가 흉기로 위협, 성폭행
▲2005. 7. 16=마포구 아현동 여고생 혼자 있는 주거에 침입, 흉기로 위협해 현금 등 50만원 빼앗고 성폭행
▲2005. 7. 22=중구 만리동 주거 침입해 30대 여성 흉기로 위협, 9만원 빼앗고 성폭행
▲2005. 7. 29=용산구 서계동 열린 현관문으로 들어가 20대 여성 흉기로 위협, 36만원 빼앗고 성폭행
▲2005. 8. 7=마포구 신공덕동 주거 침입, 40대 여성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뒤 현금과 휴대전화 뺏음
▲2005. 8. 9=마포구 아현동 주거 침입, 여고생 흉기로 위협해 1만5000원 빼앗고 성폭행
▲2005. 8. 19=마포구 아현동 사람 찾아왔다고 속여 침입, 20대 여성 흉기로 위협하고 4만5000원 강취 후 성폭행
▲2005. 9. 2=마포구 신공덕동 주거에 침입, 30대 여성 흉기로 위협하고 47만7000원 강취, 성폭행
▲2005. 12. 9=서대문구 충정로3가 빈집에 출입문을 깨고 침입해 디지털 카메라 등 절도
▲2005. 12. 27=서대문구 북아현3동 옆집에서 왔다고 속여 침입, 여중생을 흉기로 위협해 현금 빼앗고 성폭행
▲2005. 1. 1=마포구 염리동 주거 침입, 현금 36만원을 빼앗고 20대 여성 성폭행
▲2006. 1. 5=서대문구 북아현3동 윗집에 방 보러 왔다고 속여 20대 여성 흉기로 위협, 현금 30만원 빼앗고 성폭행
▲2006. 1. 10=마포구 신공덕동 열린 현관문으로 들어가 20대 여성 흉기로 위협한 뒤 성폭행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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