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한테 차여 맘이 아파요”
지난 20일 저녁, 서울 한강변 상공에 느닷없이 수십여 분 동안 형형색색의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오는 5월13일 첫 방영예정인 MBC 주말 미니시리즈 ‘불꽃놀이’(김순덕 극본, 정세호 연출)의 촬영을 위해서다. 공적인 행사 이외에 사적인 이유로 서울 상공에 불꽃을 쏴 올린 것은 사상 초유의 일. 흑석동과 한강 유람선에서 이원으로 동시에 진행된 이날 현장에선 남녀 주인공 한채영·강지환 커플과 박은혜·윤상현 커플이 불꽃놀이를 함께 바라보는 신이 촬영됐다. 초여름이 배경인 관계로 배우들은 매서운 칼바람을 이겨내며 NG없이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복고댄스 추는 장면 기대해주세요.”
한채영이 새 드라마 촬영을 위해 복고댄스를 배웠다. 지난 20일 저녁 서울 흑석동의 한 옥탑방에서 진행된 ‘불꽃놀이’ 촬영현장에서 그는 캐스팅이 확정된 이후 춤 연습에 매진했다고 밝혔다.
“극 중에서 제가 맡은 역할이 백조라서 특별히 준비할 건 없었어요. 나이트의 무대에서 춤추는 장면이 있어서 촬영 전에 복고댄스는 좀 배웠죠. 저를 쫓아다니는 스토커를 떼어내기 위해서 인재(강지환)와 친한 척하며 춤을 추는 장면인데 촬영을 재밌게 잘 끝냈어요.” 한채영이 연기하는 신나라라는 인물은 오직 가방 끈만 무지 긴, 서른을 앞둔 백조. ‘쾌걸춘향’에서처럼 발랄한 연기를 한번 더 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나라는 남자한테 차인 후 아파하는 모습이 꽤 귀여운 여자”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온리 유‘이후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한채영은 드라마와 관계된 모든 일이 즐겁다는 표정이다. 캐릭터에 맞게 헤어스타일도 과감하게 바가지 머리를 선보인다. “막상 자르고 보니 참 동그랗더라고요. 그래도 드라마에 잘 어울리니까 조금 이상해도 그냥 가는거죠.(웃음)”
이날 촬영은 좌충우돌 끝에 친해진 나라와 인재가 나라의 옥탑방에서 불꽃놀이를 보며 사랑을 정의하는 장면. 난데없는 꽃샘추위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늘 아침 일찍부터 옥상에 올라와 있었어요. 배우들이 박은혜씨를 시작으로 돌아가며 감기에 걸렸어요.”
요즘 한채영의 고민거리는 조만간 촬영하게 될 ‘치어리더’ 신이다. 극중에서 강지환이 억지로 시켜 치어리더 역할을 잠깐 해야 되는데 배꼽티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응원을 펼쳐야 하는 것. 그는 “드라마에서 그런 차림은 처음인데 어떻게 소화해내야 할지 걱정이에요. 그래도 뭐, 잘되겠죠.”하며 웃었다.
다음달 13일 ‘신돈’의 후속으로 방영되는 ‘불꽃놀이’는 대졸 ‘백조’인 나라가 고졸 판매사원으로 ‘위장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릴 예정이다. 강지환은 나라의 안하무인 상사, 인재로 출연하며, 나라와 동거하다 ‘벼락 같은 사랑’을 찾아 떠나버린 승우 역은 ‘백만장자의 첫사랑’에서 PD 역할로 주목받은 윤상현이 맡았다. ‘벼락 같은 사랑’의 상대인 미래 역은 박은혜가 맡아 열연한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사진제공=MBC
박은혜·윤상현 머리자른 사연은?
박은혜 PD에 단발 자청 윤상현은 통보받고 싹뚝
박은혜와 윤상현이 이번 드라마를 위해 수년간 길러온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하지만 두 사람이 머리를 자르게 된 사연은 서로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혜는 정장을 많이 입어야 하는 캐릭터 설정 상 정세호 PD에게 단발을 자청했지만, 윤상현은 PD로부터 단발령을 통보받은 것. 2년 전 ‘섬마을 선생님’에서 한차례 짧게 머리를 자른 경험이 있는 박은혜는 정PD에게 “한채영씨가 극중 머리를 짧게 자르지 않으면 제가 단발 머리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제안을 했고 정PD가 이를 수락했다고.
반면 윤상현은 귀를 드러내면 어울릴 것 같다는 정PD의 조언에 5년간 길러 온 머리를 잘랐지만, “더 잘라야겠다”는 정PD의 말에 또 한번 가위에 머리를 맡겨야 했다. 홍동희 기자
[현장메모]불꽃장면 5분 방송위해 1억 투입
5분 방송 분량을 위해 한 달여간의 준비기간과 1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됐다.
20일 저녁 드라마 ‘불꽃놀이’에서 주인공들이 동시에 서울 상공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지켜보는 5분 동안의 장면 촬영을 위해 제작진은 한 달간의 시간과 불꽃놀이, 홍보비용 등을 포함 약 1억원의 제작비를 쏟아 붓는 노력 끝에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각자 다른 시선으로 불꽃놀이를 바라보는 네 남녀의 시선을 담아내기 위한 이 장면은 작품의 컨셉트를 명확히 보여주는 신으로 제작진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한강관리사업소의 승인과 경찰서 허가, 주변 지역 5개 구청(용산·마포·서초·영등포·동작구)에서 모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공적인 이유가 아닌 사적(드라마 촬영)인 이유로 서울 상공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진 적은 지금까지 사례가 전무했기 때문에 여러 기관의 설득과정에 약 한 달간의 기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불꽃이 터지는 주변 5개 구의 지역 주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일이 남아있었던 것. ‘불꽃놀이’의 외주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촬영 일주일 전부터 마포대교에서부터 한남대교에 사이 위치한 강남, 강북 주변 아파트와 주택들을 돌며 양해를 구하는 전단지와 공지 방송을 했고 도로변에 4개의 플래카드를 걸었다”며 “이를 위해 5개 구청 관내 100여 군대의 동사무소를 일일이 방문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MBC는 17, 18, 19일에는 저녁방송에서, 18, 19, 20일에는 아침방송에서 흘림자막으로 지역 주민에게 양해 공지를 내보내야 했다. 주변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때아닌 불꽃놀이를 보며 즐거워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뒤에는 제작진의 피땀어린 노력이 숨겨져 있었다. 이날 촬영분은 5월14일 ‘불꽃놀이’ 2회에 방영될 예정이다.
홍동희 기자
mystar@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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