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인 ㅈ씨는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다. 먼지가 많은 현장에서 잦은 외근을 하는 탓인지 항상 목에 가래가 생겼다. 그녀는 항상 목에 뭔가가 매달린 듯한 느낌에 괴로워했고, 실제로 자주 가래를 뱉거나 삼키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진행된 증상이 최근엔 더욱 심해져서 현장에 가는 일도 삼갔다. 계속 생기는 가래를 거리에서 함부로 뱉기도 그렇고 삼키기도 괴로워 힘들어했다.
ㅈ씨의 과거 이력을 들어 보니, 대학 시절에 비염과 축농증으로 인한 심한 코 막힘과 두통으로 고생을 하다가 하비갑개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후로 코 막힘 같은 증상은 개선되었지만,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상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강 내시경으로 본 그녀의 하비도는 심하게 뻥 뚫려 있었다.
콧속에는 상비도․중비도․하비도라는 통로가 있고, 각 통로마다 상비갑개․중비갑개․하비갑개라는 문이 있다. ‘도’는 공기가 흐르는 통로이고, ‘갑개’는 문이다. 갑개가 열리고 닫히면서 콧속을 드나드는 공기 흐름의 양이나 방향 등을 조절한다.
그런데 ㅈ씨가 하비갑개 절개 수술을 받은 것은 ‘문이 고장 나서 잘 열리지 않는다고 문을 떼어내 버린 격’이었다. 닫아야 할 때 닫을게 없으니 지나친 바람이 들어와도 막을 수 없어서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결과론적으로, 폐 기능을 강화시키는 치료법으로 ㅈ씨의 후비루를 많이 줄이긴 했지만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그 상태에서 꾸준한 관리를 하기를 당부하고 치료를 종료했다.
또 다른 환자의 예를 들어 보자. 40대 직장인 ㄷ씨는 만성 코 질환의 일종인 비갑개 비후(한쪽 콧살이 과도하게 커지는 증상)으로 19년 전에 수술까지 받았지만 코 막힘(비색)이 너무 심해서 코 스프레이를 늘 휴대하고 다녔다고 한다. 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이젠 스프레이도 사용하지 않고 코 막힘으로 고민하는 일도 사라졌으니 경과가 좋은 편이다.
때로는 수술 요법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좀 더 신중히 접근하길 환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만약 점막이나 갑개를 절개하더라도 필요한 최소 부위만 없앴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가 막히면 코는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고 병이 든다. 콧물이 생기더니 정상 통로를 벗어나서는, 목으로 넘어가서 식도를 통해 위까지 흘러간다. 이것을 ‘후비루’라고 한다.
또한 목에도 가래가 일정 부분 고여 만성적인 염증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뱉어도 시원치 않고 삼켜도 시원치 않다는 증상인 ‘매핵기’다. 또한 위액을 희석하여 만성적인 소화 장애나 식욕 부진 증상을 부르기도 한다.
만성적인 후비루를 지닌 대부분의 환자는 부비동염(축농증)에 걸려 있다.
축농증이 어느 정도 치유되어 막힌 콧구멍이 뚫리더라도 후비루는 남는 경우가 많다.
코에 정상적인 통로가 막혔을 때 목으로 생긴 후비루의 길은 일종의 생리적인 편법의 길이다. 당장 급하게 생기는 부비동의 농들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는 편법의 길이지만, 바른 길이 다시 뚫리더라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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