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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학원다닐 필요없어요"VS"학교수업 재미없어요"

관련이슈 초등영교육 10년

입력 : 2006-02-23 16:46:00 수정 : 2006-02-23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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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영어교육 10년]공·사 교육 현장을 가다 “Are you ready?”(준비됐나요?)
“Hello, teacher.”(안녕하세요, 선생님)
“How is the weather today?”(오늘 날씨가 어떤가요?)
“Cloudy….”(흐려요)
지난 15일 오전 경기 광주시 중부면 상번천리 번천초등학교 1층 과학실에서 진행된 6학년 과학수업은 간단한 영어 인사로 시작되었다. 담임 윤광원 교사는 물질이 연소하는 데 공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한글과 영어를 적절히 섞어가며 설명했다.
비슷한 시간 2층 1학년 교실의 수업 풍경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형숙 교사와 학생들은 ‘Hi(안녕)’, ‘My name is ○○○(내 이름은 ○○○입니다)’ 등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영어로 수업 참여도와 흥미를 높이고 있었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1학년까지 확대키로 한 가운데, 이미 2003년부터 전 학년 생활영어 교육을 진행하는 번천초등학교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도농 경계지역에 위치한 이 학교는 이농현상으로 폐교 직전까지 갔다 체계적인 영어교육을 활성화하면서 오히려 도시에서 전학 오는 학교로 탈바꿈했다.
특히 이 학교 영어교육의 특성은 학생들이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영어를 ‘친구처럼 함께한다’는 것이다. 우선 학생들은 등교하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20분씩 방송 강의를 듣는다. 수업 시간은 물론 점심 시간에도 ‘금주의 영어 한마디’를 운영해 주별로 5개 이상의 영어 문장을 암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방과 후에는 집에서 원어민을 활용해 학교에서 자체 제작해 각 가정에 배부한 교재와 동영상 CD, DVD 등을 이용해 공부할 수도 있다.
번천초등학교는 또 주별 2시간 원어민 보조교사를 활용해 생활영어 교육을 하는 한편 수준별 집중 프로그램을 적용한 방학 중 영어캠프도 운영하고 있다. 생활영어를 활성화하기 위해 생활영어실과 도서실, 멘토학습실 등의 교육환경 개선사업도 병행했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교직원들도 솔선해서 원어민 교사에게 일주일에 2시간씩 영어수업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의 영어에 대한 체감은 대체로 ‘쉽다’, ‘즐겁다’는 반응이다. 1학년 여송이(8)양은 “영어가 재미있어 학교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같은 반 이정훈(8)군은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다”며 “방학 때 원어민 교사가 진행한 특강에도 참가했는데 아주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졸업을 앞둔 엄온누리(14)양은 “수업이나 점심 때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영어를 사용하고 방학 때는 특강에 참가하다 보니 학원도 다닐 필요가 없었다”며 “나중에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데 학교에서 배운 기초영어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윤배(14)군은 “우리 학교는 다른 과목에도 영어를 섞어 쓰기 때문에 그만큼 기초가 잘 닦여서 다른 과목을 배울 때 더 잘 익힐 수 있었다”며 “부모님들도 학교 영어교육에 아주 만족스러워 하신다”고 말했다.
이처럼 체계화된 영어교육은 학생들의 영어 사용 능력과 함께 사교육비 경감 등으로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자긍심과 만족도도 향상시켰다. 2003년 이후로는 학생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번천초등학교는 이농현상으로 1997년 재적생 27명, 졸업생 3명으로 폐교 대상 학교였다.
3학년생 학부모 서명희(39·여)씨는 “농촌 지역이라 시내 학교에 비해 학원 보내기도 마땅치 않고 여러 여건이 좋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꾸준히 원어민 교사를 이용한 영어교육을 해주니까 당연히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득수 교장은 “학생들이 쉬운 영어를 즐겁게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깨칠 수 있다”며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에 귀를 열어주는 것과 재미있게 익히는 방법을 전달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교육 현장에선…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자리 잡은 어린이 영어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이 수준별 영어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자리 잡은 어린이 영어학원. 한국인 강사 최모(27·여)씨가 들어오자 재잘재잘 떠들던 초등학생 11명이 일제히 입을 다문다. 진지한 폼이 영어의 시제를 표현하는 말 중 하나인 ‘Are you going to ∼?’(∼할 예정입니까?)의 용법을 설명하는 강사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을 태세다.
아이들은 이날 2시간 수업을 받았다. 초반 1시간은 최씨의 문법 수업이고, 나머지는 원어민 강사와의 회화 수업이다. 최씨는 “문법과 회화를 동시에 배우면서 1주일에 6시간, 한 달에 24시간 이상 영어수업을 집중해야 영어 실력이 빨리 는다”면서 “영어학원에서는 보통 이렇게 가르친다”고 말한다.
이 반에서 수업받는 아이들은 모두 같은 학년이 아니다. 학생의 영어 실력에 따라 수준별 수업이 진행되는 까닭에 이 반에는 초등학교 4, 5학년이 섞여 있다. 최씨는 “실력이 비슷한 아이끼리 편성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공부를 더 열심히 하더라”며 “아이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두 달마다 시험을 치러 이를 통과해야만 한 단계 상급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귀띔한다.
수업을 진지하게 듣는 학생에게 학교 영어수업은 어떠냐고 물었다. 조모(11)양은 대뜸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내 영어 실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인사말과 같은 쉬운 것만 배우니 지루하고, 함께 수업받는 아이들이 30명 정도로 학원보다 많아 분위기도 어수선하다”고 답한다.
조양만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아니다. 본지 취재팀이 초등학생 1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4명은 학교 영어수업이 자신의 영어 실력을 높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3명은 학교 영어수업에 흥미가 떨어진다고 대답했다.
‘학교 영어수업이 영어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 되느냐’는 물음에 ‘도움 될 만한 것이 전혀 없다’, ‘별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이 47명(40.9%)에 달했다. 이에 비해 ‘큰 도움이 된다’, ‘그런 대로 도움이 된다’는 39명(33.9%)에 그쳤다.
학교 영어수업에 대한 흥미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34명(29.6%)이 ‘조금 따분하고 재미없는 편이다’, ‘너무 지루해 싫증 난다’고 응답했다. ‘매우 재미있다’, ‘그런 대로 재미있다’는 대답은 48명(41.7%)에 달했다. 수업 수준이 자신의 실력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학교 영어수업이 재미있기는 하나 실력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초등학생들이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도 학교 영업 수업과 교재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 96명(83.5%)이 쉬운 편이라고 답했다. 어려운 편이라고 호소한 학생은 6명(5.2%)에 불과했다. 또 91명(79.1%)은 학교 영어수업을 학원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상을 이미 학원에서 배웠다고 응답했다. 반면 6명(5.2%)이 ‘학원에서 이미 배운 내용은 조금이다’, 17명(14.8%)이 ‘학원에서 배운 내용은 거의 없다’고 각각 대답했다.
학교 영어수업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뤄 흥미가 떨어지는 점을 초등학생이 가장 큰 불만으로 꼽았다는 점에서 교육과정(커리큘럼)이나 교재를 다양화해야 한다. 교사 한 명이 맡은 학생 수가 많은 탓에 수업을 설명이나 CD, 비디오·카세트 테이프에 의존한다는 불만과 관련, 영어 전담교사 증원과 수준별 수업을 통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 초등교육이 영어의 주당 수업 시수를 늘리는 동시에 듣고 말하기는 물론 읽기와 쓰기에도 힘을 쏟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사회부 기획취재팀=황계식·김수미·나기천·우상규·조풍연·신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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