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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대학을 가다]<29>대만 국립사범대학

입력 : 2006-02-20 12:55:00 수정 : 2006-02-20 1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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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만이 나라를 부강하게" 철학적 학풍 도도하게 흘러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는 가르침에 대한 열정을 가진 젊은이가 모이는 대학이 있다. 바로 국립대만사범대학이다. 대만대학, 대만정치대학과 함께 대만을 대표하는 3대 국립대학이다. 이들은 각기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최고 수재들이 모이는 대만대학은 학술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진취적인 느낌을 주는 대학이며, 대만정치대학은 멋과 낭만이 흐르는 대학이다. 이에 비해 사범대학은 보수적이고 소박한 이미지와 함께 사회적인 소명 의식으로 똘똘 뭉친 대학이다.
사범대학은 대만성립사범학원이 전신으로, 1946년에 설립됐다. 교육 백년대계를 내걸고 대만 중등교육을 담당할 우수 교원 양성을 목표로 세워졌다. 1967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설립 후 줄곧 대만 중등교육의 근간을 이루어왔다. 이 대학의 영향력을 두고 ‘대만은 대만사범대학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범대학은 교육, 문과, 이과, 예술, 과학, 스포츠·레저 등 6개 단과대학으로 구성돼 있으며, 25개 학과(석·박사 포함)와 18개 독립 연구소(대학원)가 있다. 현재 총 31개 학과의 대학원에서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전만 해도 문학, 사학, 철학 분야의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많은 한국 유학생이 있었지만 최근엔 크게 줄어들었다.


◇“대만의 스승을 길러낸다”는 기치를 내건 국립대만사범대학에서는 단순한 학문 연구 차원을 넘어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배출하고자 애쓰고 있다.


타이베이시의 허핑둥로(和平東路)에 위치한 대학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것이 공자상이다. 공자는 대만에서 당대의 스승이자 국민교육의 사표로 받아들여진다. 공자의 교육철학을 실천하는 도장이기도 한 사범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받은 감동은 교수들이 학생을 대하는 깊은 애정이다. 모든 학생이 졸업 후 제자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가 되는 만큼 사범대학에서 교수와 학생의 만남은 여느 대학과는 크게 다르다. 이들 사이에는 인격을 바탕으로 한 진지한 교감이 오간다. 대부분의 교수는 스승으로서 모범을 보일 수 있는 학문적·인격적 수양을 쌓은 인물들이며, 학생들 또한 스승의 길을 따라가는 진지한 모습이다. 따라서 이 대학에서 ‘모범을 쌓아가는 진지한 학풍’이 배어 있다. 졸업 후 교문을 나서는 예비 교사들이 대만을 이끌어 나갈 인재를 키워낼 것이라는 전폭적인 믿음을 갖게 하기에 한치의 모자람도 없다. 청소년을 가르칠 교사를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는 학교 분위기는 성스럽기까지 했다.
문사철(文史哲)로 불리는 문학 사학 철학은 중국 전통학문의 핵심을 이룬다. 사범대학은 이 방면에서 뛰어난 학술적 업적을 쌓고 있다. 대만 문사철을 주도하는 석학이 가장 많이 포진한 곳도 바로 이 대학이다. 이 때문에 문사철을 전공하는 수많은 한국 유학생이 사범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이들은 지금도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범대학을 소개하는 데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 학교에 있는 ‘국어교학중심’이다. 한중 수교 전 한국인의 중국어 학습을 전적으로 담당했던 기관이다. 1956년 설립돼 외국인의 중국어 학습기관으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금도 축적된 교수법 노하우와 다양한 교재로 유명한 중국어 교육기관이다. 현재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필자를 비롯해 1980년대 이곳에서 중국어를 배운 많은 한국인은 현재 국내는 물론 중국 대륙 곳곳에서 교육·산업 역군으로 일하고 있다. 학위논문이 통과된 뒤 심사위원 교수들이 베풀어준 식사 자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 자리에서 지도교수는 “교육만이 나라를 부강하게 한다”는 마지막 말을 들려줬다.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대만사범대학에서 공부해볼 만하다./길호동 교육사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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