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수도권외곽 빈집이 쌓여간다

입력 : 2006-02-13 15:35:00 수정 : 2006-02-13 15:35:00

인쇄 메일 url 공유 - +

입주율 50%미만 수두룩…투자 목적으로 샀다가 ''8·31대책''에 급매물 늘어 12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S아파트는 입주를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났는데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구경하는 집’, ‘새시·버티컬 저렴 시공’ 등이 적힌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으나 오가는 주민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전체 650여가구 중 300가구가량은 아직껏 집주인을 맞이하지 못한 빈집이었다. 그나마 입주가구 세 집 중 두 집은 집주인이 아니라 전·월세로 세입자가 들어와 살고 있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와 파주 등 수도권 외곽에서 집주인이 제때 입주하지 못한 빈집이 늘고 있다. 2001∼2003년 주택공급이 급증한 시기에 분양한 아파트들이다.
당시 분양만 받으면 돈이 된다는 생각에 계약금만 내고 계약했다가 1가구 2주택자 규제 강화 등으로 계약자들이 입주를 포기하고 있다. 소형 아파트에 살다 평수를 늘리려는 실수요자가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하는 사례도 있어 ‘입주대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S아파트보다 한 달가량 입주를 늦게 시작한 B아파트는 1개월의 ‘입주지정기간’을 2개월로 늘렸으나 사정이 더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다. 전체 750여가구 중 120여가구는 아예 분양조차 되지 않았고, 시세는 분양가(33평형 1억8000만원)에서 500만∼1000만원이 하락했다. 주변에는 S, B아파트 외에도 K아파트 440여가구 등 입주물량이 풍부해 전·월세를 들이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S아파트 앞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이 계약금만 내고 계약했다가 8·31 대책이 나오자 계약금 1000만원을 포기하면서까지 급매물로 내놓고 있는데 팔리질 않는다”면서 “전·월세도 못 구해 18%에 달하는 잔금 연체 이자를 내면서 속만 태우는 계약자가 많다”고 말했다.
경춘선 복선전철역 신설과 퇴계원IC∼금남IC 자동차전용도로 개통 등 호재가 몰린 남양주 호평지구 내 입주 아파트 단지에도 빈집은 쌓이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입주를 시작한 한화꿈에그린 아파트 414가구 중 입주를 마친 집은 145가구(35%)뿐이었다.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일부 계약자가 1가구 2주택 또는 3주택이 되는 것을 피하려고 등기를 다른 사람 명의로 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특히 잔금을 치르고 열쇠까지 찾아간 집이 194가구(47%)라는 점에서 기존 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입주를 늦추고 있는 사례가 많음을 보여줬다. 수도권 외곽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 집들이를 시작한 고양시 가좌동 Y아파트 450여가구 입주율은 50%에 그치고 있고, 포천시 소흘읍 D아파트 630여가구는 60%만이 집주인을 맞았다.
수원시 서둔동 N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입주 시작 이후 50%가 입주했으나 입주민은 집주인보다 세입자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말부터 3000가구가 대규모로 입주를 시작한 파주시 교하지구 내 동문굿모닝힐 아파트도 입주율이 30%에도 못 미치고, 전세물량이 늘면서 전셋값은 35평형 기준으로 6000만원으로 시세에서 1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입주 지연 아파트가 급증해 주택거래시장의 선순환 고리가 끊길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월세로 살다가 내 집을 마련해서 또는 소형 주택에 살다가 평수를 늘려서 새 아파트로 바로바로 옮겨 가야 연쇄적인 주택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2003년까지 아파트 공급이 많아 입주 물량이 풍부한 상황에서 강남과 분당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주택거래가 거의 끊기면서 실수요자까지 입주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자칫 1가구 2주택자 규제 시기를 늦추거나 중도금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