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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잘하면 ''약'' 못하면 ''독''

입력 : 2006-01-16 15:05:00 수정 : 2006-01-16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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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 1
중학교 2학년 내내 반에서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던 A군은 이번 겨울방학에 고등학생용 수학 참고서인 ‘수학의 정석’을 공부하고 있다. 담임교사는 A군과 A군의 부모에게 “기초부터 다지는 편이 좋다”며 선행학습을 말렸다. 하지만 A군의 부모는 “다른 학생만큼은 따라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집을 피워 결국 A군은 이해하지도 못하는 참고서를 들고 학원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 상황 2
B양은 유난히 사회 과목의 점수가 나오지 않아 고민이다. 겨울방학에 사회를 집중적으로 공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학원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학원이 B양의 학습 능력을 분석한 결과 또래보다 독해 능력이 떨어져 사회 교과서를 읽어도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점수가 낮은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결국 B양은 사회 과목을 선행학습한다는 결심을 포기하고, 대신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 방학 동안 독서를 꾸준히 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번 겨울방학에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원래 선행학습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학생의 수준에 상관없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2년을 앞서가지 않으면 1년 뒤처진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자녀에게 무리한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생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행학습을 시킬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조건 앞서나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학생 수준부터 파악하라=선행학습은 원래 최상위권 학생들이 다음 학년이나 학기에 배울 내용을 1∼2개월 만에 속성으로 공부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다. 문제는 능력이 못 미치는 학생들마저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선행학습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듀플렉스 이학철 이사는 “건물을 짓기 전 지반을 다지고 주춧돌을 세우듯이, 공부도 기초를 다진 뒤 점차 상위 단계로 올라가는 피라미드식으로 해야 한다”며 “기초가 없는 학생은 선행학습을 하더라도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예를 들어 건물을 지을 때도 지질검사를 하고 흙을 다진 뒤 주춧돌을 세우는 것처럼 공부도 기초단계를 충실히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만약 1단계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2단계 공부를 할 경우,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1단계에서 닦은 실력 이상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역삼중학교 강동일 교사는 “선행학습은 반에서 7∼8등 이내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겐 효과가 있지만, 그 이하 학생들에게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선행학습으로 학교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또 “무리한 선행학습으로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고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이 한 반에 몇 명씩 있다”며 “중·하위권이 선행학습으로 상위권의 70∼80%까지는 따라갈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즉 학생이 상위 20% 내에 들거나 학습 열의가 다른 학생보다 유난히 강한 학생의 경우에 선행학습이 효과를 볼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학생은 지난 학년이나 학기에 배운 내용을 충실히 복습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선행학습, 어떻게 하면 효과적일까?=하지만 학부모로선 긴 겨울방학 동안 자녀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리하게 선행학습을 시키기보다는 자녀의 학습능력과 의지, 개인적 성향, 학년 등을 고려해 맞춤형 선행학습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우선 중학교 진학을 앞둔 경우 초등 과정을 충실히 소화한 학생이라면 6개월 정도 분량의 선행학습이면 충분하다. 최상위권의 경우 1년 분량도 무방하다.
특히 중학교에 올라가면 영어의 비중이 커진다는 인식 때문에 영어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때 너무 어려운 단어나 문법을 배우게 하기보다는 듣기나 말하기 등 학생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중·고생들은 자신의 실력에 따라 선행학습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내신 시험점수 기준으로 80∼90점대나 반에서 7∼8등 이내에 드는 학생들은 3개월 정도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때도 최대 6개월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60∼70점대 학생들은 선행학습과 지난해 배웠던 보충학습을 병행해 자신의 전략 과목과 취약 과목을 적절한 비율로 진행하면 된다. 40∼50점대 학생들은 선행학습을 잠시 미루는 것이 좋다. 다른 학생을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자존심을 과감히 버리고 지난해 배웠던 내용을 반복하거나 보충학습을 하는 것이 더 좋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도움말:에듀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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