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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박정희를 오늘 역사의 법정에 세운다면…

입력 : 2005-10-15 11:47:00 수정 : 2005-10-15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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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법정/한규진 지음/포럼/1만5000원 “역사의 심판에 맡기겠다.” “후대는 지금과 다르게 심판할 것이다.”
예로부터 국가와 민족을 뒤흔든 대사건의 주역들이 공통적으로 내뱉는 마지막 한마디는 이랬다. 과연 오늘을 사는 우리가 ‘역사의 심판’을 연다면 어떻게 될까. 역적이 영웅으로 바뀌고 독재자가 민족의 영도자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평가가 엇갈리는 역사인물 6명을 가상의 법정에 불러내 준엄한 심판대에 세웠다.
첫 번째 재판의 피고는 신라 김유신 장군. 검사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 변호는‘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이 각각 맡았다. 쟁점은 김유식이 삼국 통일의 주역이냐, 외세를 끌어들여 민족의 영토를 넘겨준 ‘반역자’냐는 것. 신채호 검사는 “김유신이 개인과 집단의 사익을 위해 당나라를 끌어들임으로써 단군 이래 일궈온 민족 터전의 4분의 3을 잃게 만든 빌미를 제공했다”며 추상같이 꾸짖는다. 그는 또 “신라가 통일 후 고구려 땅 수복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고구려 땅과 백제 땅을 거래한 민족적 배신”이라고 꼬집는다.
‘삼국사기’를 통해 김유신을 불세출의 영웅으로 그린 김부식은 “당시 민족의식은 희박했으므로 민족 반역 운운하는 주장은 옳지 않으며, 신라의 통일은 삼국 간 계속된 전란으로 고통받은 당시 백성들을 해방시켰다”고 변론했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까지 증인으로 출석해 김유신을 옹호하면서 재판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작 피고 김유신 장군은 전쟁의 승리를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인간적 고충을 토로해 배심원의 심금을 울렸다.
임꺽정의 재판에서는 그가 ‘의적이냐, 도적이냐’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검사로 나선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는 “임꺽정은 혼란한 시대를 이용해 노략질을 일삼고 부하를 잔학무도하게 다루며 자신의 배만 불린 도적”이라고 주장하고, 변호인인 소설 ‘임꺽정’의 저자 벽초 홍명희는 “억압받는 민중을 조직,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떨쳐 일어난 난세의 영웅”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 재판에는 쿠바 공산혁명의 주역 체 게바라가 증인으로 나와 흥미를 더한다.
이 외에 조선시대 최대 성추문의 주역 어우동과 ‘역사상 최고의 통치자’와 ‘개발 독재의 주역’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의 재판도 흥미롭다. 저자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 속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인물들의 얘기를 재판 형식으로 풀어내 객관적 역사 이해를 돕고자 시도한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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