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치매 비슷 ''섬망'' 아십니까?

입력 : 2005-09-21 12:32:00 수정 : 2005-09-21 12:32:00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일시적인 급성 정신장애…완치 가능 잠결에 옷걸이에 걸린 옷을 보고 도둑이라고 소리치는 A 할머니. 낮에는 화장실을 잘 찾아가지만 밤만 되면 위치를 몰라 옷에 실례를 하는 B 할머니. 전등 불빛을 보고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C 할아버지.
세 가지 사례만 놓고 본다면 전형적인 치매 증세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 치매라고 확정지을 순 없다. 치매증상을 유발하거나 치매와 비슷한 임상소견을 보이는 질환인 섬망(Delirium)은 일시적으로 매우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상태의 혼란으로 치매와 달리 완치가 가능하다.
섬망이란 갑작스러운 사고, 질병 등으로 신체적인 통증이 심하거나 수술, 입원 등으로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환경이 급변할 경우 일어나는 의식 장애와 혼란 현상을 말한다. 증상이 치매와 유사하지만 섬망은 급성으로 발생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섬망은 대개 수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매우 신속하게 나타난다. 의식 상태가 약간 흐려지거나 졸음, 강한 경계심을 나타낼 수도 있다. 섬망 상태에 빠지면 불안 초조 흥분 요실금 공포 등의 증상을 보인다.
섬망은 치매와 같이 올 수도 있고 단독으로 올 수도 있으므로 섬망이 있다고 치매가 온 것처럼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섬망 환자의 25% 정도가 치매를 동반하기 때문에 섬망과 치매 검사를 동시에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섬망은 입원치료를 받는 75세 이상 노인 환자의 30%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주로 신체적인 감염, 고열, 전해질 이상, 뇌졸중과 같은 중추신경계 병변, 뇌의 외상, 저산소증 등 신체적 질환과 알코올이나 약물의 금단 증상으로 나타난다.
노인이 갑자기 입원, 수술, 지병의 악화 등의 환경, 신체변화를 겪게 될 경우에는 섬망의 발생 가능성을 미리 고려하고 이를 예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섬망으로 판단되면 치매 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받고 일상생활 주기, 수면 주기를 조절해야 한다. 환자의 불안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간호사의 이름을 가르쳐 준다거나 시간 등을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환각이 발생할 때는 실제 사물이 무엇인지 침착하게 가르쳐 주고 만져보게 한다. 환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조명을 통해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치매가 동반되지 않은 섬망은 유발요인을 제거하면 대개 1∼2주 내에 회복된다. 하지만 치매가 동반된 경우나 뇌의 기질적 이상을 동반하는 섬망은 오랜 기간 회복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밤에 잠을 못 잤다고 해서 낮에 자게 하면 섬망이 더욱 오래 지속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낮잠은 못 자게 하는 것이 좋다. 낮과 밤의 생활리듬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전선병원 신경정신과 김영돈 과장은 “섬망은 치매 증상과 유사하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완쾌할 수 있다”며 “가족들이 치매로 오인하고 병원에 오길 꺼리는 것은 병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엔믹스 규진 '시크한 매력'
  • 나나 '매력적인 눈빛'
  • 박보영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