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씨의 경우처럼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난다면 생활 습관을 관찰하거나 몇 마디 얘기를 통해서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의심되는 질환을 체크해두었다가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해드리는 것도 좋은 추석 선물의 하나다.
◆호흡곤란과 가래=숨이 차서 밤에 쉽게 잠을 못 잔다면 의심할 만한 질환들이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호흡 곤란으로 3달 정도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면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기종, 간질성 폐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마른 기침이나 가래를 보고도 질환을 알아볼 수도 있다. 희거나 분홍색 거품의 가래가 나오거나 다리가 쉽게 부어 오르는 경우에는 심장병이나 폐부종의 위험이 있다. 또 진한 황갈색 또는 검은색 가래가 나오거나 몸무게가 최근 5kg이상 감소했을 때는 폐암일 수 있으니 꼭 정밀검진을 받아야 한다.
숨소리가 쌕쌕거리고 기침이 심하다면 기관지천식, 황갈색 가래가 나오고 38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한다면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가래의 색깔로만 질환을 의심해볼 때는 희거나 분홍색 거품 가래는 심장병이나 폐부종을, 진한 황갈색 또는 검은색 가래가 나올 때는 만성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폐암, 폐결핵 등을 의심할 수 있다.
호흡곤란 증세가 심해 급히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호흡이 곤란해 입술이 파래진다거나 가슴에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폐결핵이나 폐렴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한다.
◆체중 감소를 통한 진단=한동안 못 본 사이에 부모님이 몰라볼 정도로 핼쑥해졌다면 이것 역시 건강의 적신호다. 체중 감소란 최근 6개월 동안 평소 체중의 10% 이상 줄었을 경우를 말한다. 체중이 줄었을 때 의심할만한 질환으로는 당뇨병, 소화기관 장애, 심장 질환 등이다.
음식을 많이 먹고 화장실을 자주 가면서 체중이 줄었다면 일단 당뇨병의 위험이 있다. 당뇨병의 또 다른 증상들로는 피부 종기가 잘 낫지 않고 여러 곳에 발생한다거나 피부 가려움증을 들 수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음부의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또 식사량은 늘었지만 물을 먹지 않는 식습관을 보이는 사람이 체중이 줄었다면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속쓰림 설사 구토 복통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체중이 감소했다면 소화기관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기침이나 미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체중이 감소하면 폐결핵, 피부가 누렇게 변했다면 간질환, 호흡이 곤란하거나 몸이 붓고 체중이 줄었을 때는 심장질환의 가능성이 있다.
◆건강한 치아= 치아 건강 여부는 눈으로 쉽게 드러날 뿐 아니라 식사 도중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밥을 항상 물이나 국에 말아 먹거나 음식물을 오랫동안 오물오물 거리면 일단 치아 건강이 나쁘다는 얘기. 또 소화가 잘 안 된다거나 발음이 부정확해도 치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년기에는 충치나 잇몸질환, 풍치 등으로 이가 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65∼74세 노인 중 80% 이상이 잇몸병을 앓고 있으며,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70%가 의치를 필요로 하거나 장착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치아 상실은 매우 치명적이다. 미관상의 문제를 떠나 음식물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어 심각한 영양 손실을 초래할 수 있고, 치아 불균형으로 턱관절이 손상되고 심해지면 척추가 휘기도 한다. 또 씹는 행위가 줄면 뇌세포의 활동이 줄어 치매를 유발 할 수 있다.
건강한 치아를 돌려드리기 위한 방법으로는 인공치아인 틀니와 임플란트를 들 수 있다. 틀니는 노화로 치아가 상실된 사람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받는 시술법으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시술 기간도 3∼6주로 짧아 부담이 적다. 임플란트는 잇몸 뼈에 금속 기둥을 심고 그 위에 인공치아를 얹는 방법으로 씹는 힘이 자연치아에 버금갈 정도로 좋고 수명도 틀니보다 5∼10년가량 길다는 장점이 있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도움말 : 대전선병원 가정의학과 김응수 과장,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미소드림치과 황성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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