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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사람들]창작 뮤지컬''불의 검''이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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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08-26 15:12:00 수정 : 2005-08-26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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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리지만 강한 캐릭터…배역이 좋아 하는 작품 처음”
그녀, ‘아라’와 사랑에 빠지다
이소정은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그는 1995년부터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킴으로 발탁된 후 4년간 브로드웨이와 미국 전역에서 공연했다.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전쟁 중 미군 병사와 베트남 처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작품.
이후 그는 ‘뮬란’ ‘알라딘’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이소정이 창작 뮤지컬 ‘불의 검’으로 국내 팬을 찾는다.
김혜린의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하는 ‘불의 검’은 청동기에서 철기 문명으로 나아가는 불안정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기억을 잃어버린 전사 ‘아사’와 그를 위해 검을 만드는 ‘아라’의 사랑, 그 검으로 왕궁을 탈환하는 전쟁이 격동적으로 그려진다.


그가 맡은 아라는 아무르족 대장장이의 외동딸로, 아사와 사랑을 나누지만 카르마키족의 수하이바토르에게 납치되어 질곡의 삶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상대역 아사는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 수하이바토르는 서범석이 맡았다. “아라는 하면 할수록 마음에 드는 역이에요. 아련한 면도 있고 개구쟁이 같은 면도 있죠. 도입부의 소녀 같은 면도 좋아요.”
그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작품을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한다. “여태껏 해왔던 작품과 다르게 줄거리도 좋아요. 배역이 좋아서 하는 작품은 처음이에요.” 그는 “음악이 서정적이고 다른 나라의 것 같지 않은 점도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음식을 먹으면 ‘이거구나’ 싶은 맛이 있잖아요. 나도 모르게 감성을 건드리는 멜로디 라인이 있습니다.”

창작 뮤지컬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마리아 마리아’ 에 합류, 강효성과 함께 더블 캐스팅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 작업부터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창작 뮤지컬에 관심이 있었어요. 한국말을 하는 배우니까 우리 작품을 안 할 수 없잖아요.”
선진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이가 굳이 열악한 환경에서 창작 뮤지컬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려고 온 게 아니에요. 뮤지컬 역사가 깊은 미국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미국은 합리적인 반면 우리는 인간적이지요. 저는 장점을 보고 작업합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그다. 고등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건너갔고, 브리검영대학 하와이 캠퍼스에서 상업음악을 공부했다. 뮤지컬 배우가 될 것이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대학 3년 때 지도교수가 ‘미스 사이공’의 오디션을 볼 것을 권유하면서 뮤지컬과 인연이 맺어졌다.

한번도 뮤지컬을 해본 적도 없던 동양인이 브로드웨이에서 주연으로 덜컥 발탁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성공 비결이요? 제가 일에 집중을 잘 해요. 힘든 일이 있어도 담아두지 않는 편이고요. 누가 욕을 해도 그냥 듣고 흘려버린 것이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이소정은 당당하다. 그 당돌함이 뛰어난 배우들이 넘쳐나는 브로드웨이에서 버티게 해 준 힘이다. “전 원래 당당했어요. 어떤 사안에서건 내 의견을 솔직히 말하죠. ‘미스 사이공’을 할 때 전쟁을 겪은 나라에서 온 저와 미국인은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면 ‘난 다르게 생각한다’고 차근차근 설명했죠. 그래서 오히려 연출가가 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로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지만 그는 자신을 뮤지컬 배우로 한정짓지 않는다. 그보다는 ‘보컬 아티스트’로 불리길 원한다. 그는 영화음악에서 보컬과 작사를 맡기도 했고, 단독 콘서트도 종종 열고 있다. 9월에는 작곡가 로저스와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의 뮤지컬 곡을 재즈 버전으로 엮은 음반 ‘더 송 이스 유(The Song is You)’를 내놓는다. ‘불의 검’이 끝나면 당분간 국내에서는 뮤지컬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20대는 뮤지컬을 하면서 보냈어요. 뮤지컬은 배역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해야 했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을 관객에서 직접 전할 수 있는 콘서트를 주로 하려고 합니다. 콘서트를 할 때가 훨씬 행복하거든요.”

이소정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에 경계를 두지 않는다. 그는 책읽기, 글쓰기를 즐긴다. 최근에는 한글로 뮤지컬 대본도 썼다. “피아니스트에 관한 이야기예요. 배우가 많아야 3명 나오죠. 흔히 뮤지컬은 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작사가 중요해요. 함축적·시적이어야 하고, 또 가사가 안 들리면 안 되죠.” 그는 영어 동화책도 쓰고 있다. 이미 ‘미스 사이공’을 하면서 미국 출판사 ‘하퍼 콜린스’ 아동부에서 프리랜서로 기획·구성 일을 하기도 했다.
그가 언젠가 꼭 하고 싶은 역할은 황진이다. “황진이가 워낙 전설적인 인물이라 가볍게 그릴 순 없겠죠. 황진이는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유교 체계를 넘어선 도인에 가까운 사람이죠.” 이소정의 당돌함은 자신의 삶을 개척한 황진이와 잘 어울릴 듯하다.

‘불의 검’은 9월 19일부터 10월 2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02)333-4693
글 이보연, 사진 김주성 기자 bya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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