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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 교리 갖춘 종교였다

입력 : 2005-06-23 12:07:00 수정 : 2005-06-23 1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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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도 100년기념 발간 ''종령존안''을 보면 천도교는 ‘3·1운동’과 ‘문화운동’ 등 민족운동에 가려 종교적 진면목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으나, 이미 초창기부터 일상적 신앙 생활에 충실하고 높은 신앙심을 갖춘 근대적 종교체제의 기틀을 다져 나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올해 천도교 현도(顯道) 100주년을 맞아 간행된 ‘천도교회 종령존안’(天道敎會 宗令存案·모시는 사람들 펴냄)에서 새롭게 드러났다.
3·1운동의 민족 지도자 33인 중 한 사람이자 동학의 3세 교조인 의암 손병희(1861∼1922)는 박해를 피해 일본에 체류하던 1905년 동학을 천도교로 선포하면서 비로소 도(道)를 드러내 전하게 된다. 구한말 국운은 기울대로 기울었고 세계 정세는 높은 영성적 종단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
이듬해 귀국한 의암은 지도자들과 교단운영의 기본원리를 ‘대헌(大憲)’으로 성문화하고, 그 아래 의사소통과 신앙 독려 등 목적으로 전국 교단 조직에 국한문 혼용으로 된 ‘종령’ 을 유포하기에 이른다. 요즘으로 치면 공문인 셈이다. 의암은 종령을 통해 신앙을 결속하고, 3·1운동과 문화운동 같은 민족 대각성 운동을 촉발시킨다.
1906년 2월 1일에 발송한‘종령 제1호’에는 천도교의 위상과 신앙 목적 등을 처음으로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사람의 도리상 품행을 단정하게 하는 본래의 목적을 그대로 이루려 하는 것이다’ ‘육신은 성령의 집이라 육신을 잘 키우는 것은 성령이 서식하는 데 관한 처음으로 들어가는 문이요…’ 등의 구절이 나온다. 종령 말미에는 ‘편안히 거할지어다 우리 교인이여!’라고 명기하고 있다.
당시 천도교는 우리나라 최대 종단이었던 만큼 천도교인들의 바른 품행이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종령 제9호’에는 신분증격인 ‘교빙’을 인쇄해 각 교인에 발급토록 했는데, 이때 인쇄한 교빙 숫자가 100만부였으니 당시 천도교 교세를 알 수 있다.
이 같은 종령에는 ‘성심으로 도를 닦고, 사람을 공경하고 사랑하기를 한울님 섬기는 것과 같이 하라’고 강조하고 있고, ‘규칙대로 행하지 않을 경우 교인 자격을 소멸하게 된다’며 높은 신앙심을 요구한다. ‘종령 제19호’에는 ‘그동안 어려운 역경 속에서 많은 분들이 ‘순교’하였을 뿐 아니라 재물을 빼앗기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러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서 보고하라’는 구절과 함께 ‘우리 교회가 지난날 겁박을 받았던 일들은 치가 떨리는 것이었다. 흉한 칼을 한번 휘두름에 머리가 잘려 나갔고, 어지러운 포 한 방에 정신과 혼이 다 흩어졌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어 천도교인 상당수가 동학 시절 받은 고초를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종령은 ‘대의가 있는 곳에 한번 죽어 영화가 된다’며 시련을 굳건한 믿음으로 승화시킨다.
‘종령 61호’를 보면 천도교는 이미 일찍부터 가부장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가족의 가치를 강조했다.‘가군(가장)은 덕화와 명령 아래에 가권의 천연적 복종함을 엄히 실행하되, 만약 위반한 가권이 있는 교가는 완전한 교가로 인정치 않는다’와 ‘부자, 부부, 형제 중 한 사람만 입교하고 그 밖의 사람은 허명만 교적에 기입한 가정은 비교호(非敎號)로 인정한다’는 대목이 그 증좌이다. 천도교는 ‘종령 14호’를 통해 전국 72개 대교구제를 시행함으로써 완전한 조직 체계를 갖추기에 이른다.
이번에 간행된 ‘종령존안’에는 1906년부터 1937년까지의 종령과 중견 간부들이 하달한 공함, 공보 등이 수록돼 있어 천도교의 조직체계, 각종 종교의식, 초창기 융성의 비밀 등 종교로서의 진면목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의 편저자인 이동초 천도교 중앙감사는 “천도교는 그동안 종교로서보다 ‘민족운동의 주체’ 또는 ‘정치단체’로 오인돼온 것이 사실”이라며 “종교적 정체를 뚜렷이 재정립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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