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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남산은 ''간판없는 윤락가''

입력 : 2005-06-03 15:50:00 수정 : 2005-06-03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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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여성들, 차량 세우고 은밀한 거래
경찰 대충단속… 서울명소 이미지 먹칠
“아저씨, 밖에서 얘기하기 창피하잖아요. 서비스는 끝내 줄 테니 빨리 가자구요.”
지난달 31일 0시20분쯤 서울 남산 소월길 초입 부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지나가던 승용차를 세우더니 차창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운전자와 은밀한 대화를 나눴다. 1분쯤 지났을까. 두 사람이 흥정을 하는가 싶더니 여성을 태운 승용차는 남산 공원쪽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서울의 관광명소, 남산 소월길이 성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해방구’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곳에서는 밤마다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취재팀의 현장 확인 결과, 소월길 입구에서 인근 특급호텔 주변까지를 중심으로 20∼40대 여성 20여명이 자정부터 4시간가량 집중적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성전환 여성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성매매 여성은 “새벽 2시부터 3시까지가 손님이 많이 몰리는 피크타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성매매 횟수는 자기 능력이다. 새벽 4시까지 손님만 잘 만나면 그만큼 돈 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성매매는 승용차와 여관, 성매매 여성의 집 등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닥치는 대로 이뤄진다.
승용차 안에서 성매매를 할 경우 여관이나 집에서보다 반 정도 싼 화대를 받는 등 가격차가 있을 뿐이다.
특히 이들은 호텔 뒤편 혹은 주변 주차장에서 ‘일’을 벌이거나 이곳을 벗어나 한강 둔치 등으로 나가기도 한다. 소월길 주변은 어둡고 사람들이 없어 관계를 갖기에 적절한 공간이 많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수목이 우거져 경관이 아름다운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인 데다 인근에 독일문화원과 외국인 아파트, 대사관 들이 즐비한 남산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고, 이들 성매매 여성은 보건 당국의 손길에서 벗어나 성병 감염 우려 등이 높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1일 밤 소월길 부근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이곳은 젊은 총각들이 아줌마를 찾는 곳”이라며 “그만큼 서비스가 끝내주기 때문”이라고 노골적인 성매매를 제안해 왔다.
자신을 성전환 여성이라고 밝힌 또 다른 여성은 “여기서 일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며 “길가에 서 있다가 맘에 맞으면 연애하는 건데 뭐가 죄가 되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할 경찰서의 단속은 형식에 머무르고 있다. 취재팀이 첫날 현장을 찾았을 때 순찰차가 정기적으로 소월길 입구까지는 왔지만 현장에 접근하지 않고 바로 돌아가 버렸다. 이튿날엔 지역 주민에게서 성매매 단속 요청이 들어왔다며 나온 경찰관이 성매매 여성들에게 ‘호객행위는 불법이니 집에 가라’고만 말한 뒤 돌아가 버렸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어떻게 단속을 안 하겠느냐”며 “수시로 이 지역을 순찰하고 주민들의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을 나가지만 여성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필·오승재 기자
fermat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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