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만큼 연출할때 더 빛이나는
그는 매력적이다 배우 박광정.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연기파 배우다. 1994년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후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줄곧 극에 재미를 더하는 감초 역할을 맡아 왔다. 최근에는 MBC 드라마 ‘한강수타령’에 옥심(권은아)과 짝을 이루는 장복으로 투입돼 소시민적이면서 코믹한 연기를 보여줬다.
연출가보다는 배우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박광정의 고향은 연극이다. 성균관대 금속공학과 재학 시절 연극반 활동을 했고, 군 제대 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다시 들어가면서 연극과 끈을 잇게 됐다.
애초부터 하고 싶었던 것은 연출이었다. 연기를 할 마음은 없었다. 대학 시절 스태프만 하다가 배우가 모자라 우연히 무대에 섰는데 ‘웃긴다’ ‘재밌다’라는 평을 듣게 되면서 배우로서도 이따금씩 무대에 올랐다. “연기와 연출의 재미가 다릅니다. 배우와 연출가로 일하면서 적절한 자극과 긴장을 느끼게 되죠.”
실제로 만난 그는 방송과 영화로 익숙해진 이미지와 다르다. 말 한마디도 신중하고 진지하다. 코믹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의 본 모습과는 동떨어진 역할을 맡는 데 불만은 없을까. “내가 이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 역을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나한테 그런 역할이 잘 맞으니까 그런 것이겠죠. 연극만 해서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드라마·영화 쪽에서 섭외가 꾸준히 들어오는 것이 고맙죠.”
박광정은 연극판에서는 배우가 아닌 연출가로 주로 활동했다. 그래서 연극배우 박광정을 볼 수 있는 ‘아트’는 반갑다. 연극 ‘아트’는 예술작품을 통해 남자들의 심리와 깨어지기 쉬운 얄팍한 우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으로, 지난해 8월부터 공연되고 있다. 박광정 정원중 유연수가 함께하는 화목토팀과 권해효 조희봉 이대연이 나오는 수금일팀이 각기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아트’는 구조적으로 잘 쓰여진 작품입니다.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 않는데도 극본이 좋기 때문에 재미있죠. 배우가 자신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작품입니다.” |
그는 1억8000만원짜리 그림을 구입하는 의사 수현으로 17일부터 5월29일까지 무대에 선다. 지난해 공연 때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고사한 작품이다. 몇 달에 걸친 장기 공연은 7∼8년 만에 처음이다.
“연극 무대에 다시 선다고 생각하니 어렵네요. 처음 같은 설렘도 있고요. 제 공연 전 이남희씨가 한 연기와는 분명히 다를 겁니다. 화법이나 속도, 상대 배우와의 교감이 다르니까요. ‘아트’는 배우에 따라 전체적인 색깔이 달라지는 연극입니다.”
올해 연극 만드는 일은 좀 쉬어가면서 할 참이다. 9월에 배우 강신일과 함께 모노드라마 ‘진술’을 다시 한번 만들고, 10월말 일본 도쿄에서 ‘서울노트’의 일본판 ‘도쿄노트’를 무대에 올리는 것이 대강의 계획이다.
글 이보연, 사진 김창길 기자 bya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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