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은주씨 자살…"인간사 이젠 지겹습니다"

입력 : 2005-02-23 16:54:00 수정 : 2005-02-23 16:54:00

인쇄 메일 url 공유 - +

손목 자해흔적… "돈 많이 벌고 싶었다" 유서
''주홍글씨'' 촬영 후 불면증…노출신 괴로워해
영화배우 겸 탤런트 이은주(25·여)씨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오후 1시10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모 아파트 이씨의 집 드레스룸에서 이씨가 이동식 옷걸이에 허리 벨트로 목매 숨져 있는 것을 이씨의 오빠(28)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전 6시까지 함께 사는 오빠,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어 오후 1시가 넘도록 인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오빠가 이씨의 방에 들어 갔다 드레스룸에서 숨져 있는 이씨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이씨는 운동복 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을 하고 있었고 침대 위에서 연필깎이 칼과 혈흔이 발견됐으며, 이씨의 손목에는 자살하려 했던 흔적(주저흔)이 남아 있었다.
또 이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엄마, 미안해. 사랑해’라는 내용의 혈서가 발견됐고, 이와는 별도로 “일이 너무 하고 싶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다. 돈이 있음 좋은데… 돈을 벌고 싶었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와 함께 “인간사도 이제 지겹습니다. 자존심도 바닥을 쳤고 더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런 모습 더 이상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글이 적힌 이씨의 노트도 발견됐다.
가족들은 이씨가 지난해 10월 개봉된 영화 ‘주홍글씨’를 촬영한 이후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MBC 드라마 ‘불새’에서 노출 신을 찍은 것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연예계 일각에서는 유서 내용과 관련, 이씨가 노출 연기가 처음이 아닌데다 최근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출연해 적지않은 돈을 벌었을 것으로 추정돼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원인이 되지 않아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씨는 또 지난 3일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상담을 통해 “만사가 귀찮고 기억력, 집중력이 떨어지고 밥맛이 없다. 하루에 1시간밖에 못잤다”고 호소한 뒤 2주일치 우울증 완화제와 함께 치료를 받으라는 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음대 진학을 고려했을 정도로 학창 시절 피아노 연주에 두각을 보였으며, 노래와 춤 실력에서도 수준급을 자랑했다. 지난 18일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경찰은 이씨 가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씨의 시신은 분당 서울대병원에 안치됐다.
한편 이씨가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로 인터넷 뉴스 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성남=김대수 기자 dskim@segye.com


''주홍글씨'' 출연후 정체성 혼란 겪어
유서에 나타난 자살원인

배우 이은주씨의 자살은 영화 ‘주홍글씨’에서 전라로 출연한 게 큰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22일 그의 유서에서 드러났다.
모두 3장으로 쓰여진 유서에는 “근본적인…원인…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 없을 텐데. 왜 내게 그런 책을 줬는지. 왜 강요를 했었는지. 왜 믿으라고 했었는지”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책’이라는 단어는 영화계에서는 통상 시나리오를 일컫는 말이다.
유서에서 이씨는 “잘 웃고, 잘 울고, 잘 자고, 얼마나 밝고 예쁜 아이였는데… 지금은 내 감정 하나 조절 못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라며 스스로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이어 “매일같이 되뇝니다. 일년 전 오늘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자존심도 바닥을 쳤고… 더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중략) 엄마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 내 상황과 참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 1년간 출연한 영화는 ‘주홍글씨’ 한 편이었다. 이 같은 표현을 볼 때 이씨가 영화 ‘주홍글씨’ 출연 이후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 주홍글씨에서 이씨는 전라로 등장하는 정사신을 촬영했으며, 트렁크에 갇혀 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죽음을 맞는 장면도 있다.
한석규와 불륜, 엄지원과 동성연애 등 결코 쉽지 않은 표현을 해내야 했다.
지난해 10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출연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영화 속 인물(가희)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으며 특히 트렁크 신에 대해서는 “딱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지옥 같았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