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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6주년 기획-이제는 출산이다](①-1)해외 시리즈-스웨덴편

입력 : 2005-02-01 12:13:00 수정 : 2005-02-01 1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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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제2 엄마 ''육아의 천국''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다가오는 저출산 현상은 21세기 우리나라 경쟁력 향상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리 인구가 5000만명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 상황에서 저출산은 ‘발등의 불’이 돼 버렸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의 심각성을 깨달은 선진국은 육아환경 개선에서 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임신-출산-육아 전반에 걸쳐 가족친화적인 정책을 구현 중인 스웨덴, 집권 노동당의 10년 보육전략을 바탕으로 가족정책을 일신하는 영국 등 유럽 2개국과, 각종 저소득 계층 유아지원책에 공들이는 미국의 사례를 세 차례로 나눠 소개하고, 선진제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을 정리한다. 편집자주

스웨덴의 임신-출산-육아 과정 곳곳에선 국가의 세심한 배려가 흠씬 배어난다. 가족 안정성 강화라는 큰 틀의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출산과 보육 지원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15년 이상 살면서 두 아이를 낳고 기른 한국인 교포는 이를 가리켜 ‘엄마 같은 나라’라고 설명했다. ‘마음놓고 낳으세요. 정부가 키웁니다’라는 노무현 정부의 슬로건이 머나먼 북유럽의 낯선 땅에서 구현되고 있었다.
◆엄마 같은 나라=‘엄마와 국가가 아이를 함께 기른다.’ 스웨덴 가족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아이가 국가 인프라인 만큼 사적 영역에만 떠넘길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초점은 가정과 직장의 양립이다. 여성노동인구가 80%를 웃도는 현실을 반영한다. 맞벌이 부부와 국가가 자녀 양육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셈이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육아휴직 제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아이가 8세 전까지 부모가 480일간 유급 육아휴직을 나눠서 사용할 수 있다. 부모보험 제도를 통해 390일간 수입의 80%, 나머지 90일은 일당 60크로나(약 9만원)를 보장한다. 육아휴직은 전일제나 반일제 등으로 사용 가능하다. 여기에 아이가 아프면 수입의 80%선을 120일간 보장받는다. 첫째아이를 출산한 뒤 1∼2년 간격으로 또 아이를 낳으면 육아휴직을 자동 연장할 수도 있다. 사회 분위기도 육아휴직의 공감대가 넓게 퍼져있다. 육아휴직이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지인들은 ‘법으로 정해진 것인데 무슨 부담이냐’고 되물었다. 한국에서는 좀체 말 꺼내기도 어려운 남성 육아휴직과 관련, 스톡홀름 외곽의 유아원에서 만난 직장인 아빠 프리낸 남멘(41)은 “요즘은 출산 후 남자와 여자가 6개월 육아휴직을 번갈아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귀띔했다. ‘아버지 출산휴가’도 눈길을 끈다. 출산 이후 60일 이내에 아기 아빠도 10일간 휴가를 쓸 수 있다.
임신과 출산 과정은 산모 중심이다. 스웨덴에서는 콤뮨(지역)마다 버네보드센터(아동보건센터)가 있어 여성이 아이를 갖는 순간부터 해당 지역의 간호사가 배정돼 출산까지 각종 의료지원 및 상담을 전담한다.

◆역사적 배경과 유아교육 시스템=스웨덴 가족정책은 1930년대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정책과 맞물려 시작됐다.1935년 인구위원회가 설치되면서 가족정책을 사회적 맥락에서 접근하게 됐다. 앞서 1931년 산전·산후휴가 육아휴가 유급휴가 등을 포함하는 부모보험이 부분적으로 시행된 뒤 1955년 전 국민에게 확대된다.
출산장려책은 196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한다. 1972년 여성육아휴직 인정법이 제정됐고 1975년에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자녀 양육을 위해 휴직을 할 수 있는 부모휴가법으로 확대됐다. 주로 만 1세 이하 영아에 초점을 맞춘 이 같은 정책은 최소한 아이가 1년 정도는 부모 품에서 자라야 한다는 ‘가족중심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다.
스웨덴에선 1∼3세 유아의 80% 이상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유아원에서 보육을 담당하고, 4세 이상은 의무교육 대상에 들게 돼 싫든 좋든 국가 품에서 아이가 길러진다. 비용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부모가 분담하지만 소득별 부모 부담 상한선(Max Taxxa)을 두고 있어 일부 빈곤층을 제외하곤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초등학교 이상은 공교육 체계에서 담당한다.
외관상 완벽한 틀을 갖췄지만 스웨덴은 ‘보호+교육’의 결합을 놓고 여전히 고민 중이다. 목표는 맞벌이 부부가 만족하는 영유아 교육 시스템이다. 초등학교로 과거 유아원의 ‘6세반’을 편입시키거나 일부 보육시설을 ‘방과후 학교’로 통합하는 등 일련의 시도는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스톡홀름=이천종 기자


"육아휴직 덕분에 아이 셋도 거뜬"
맞벌이 얀·레나부부 경험담

“육아휴직이 없었다면 아들 셋 낳는 건 상상도 못했겠죠!”
직장 커플로 스톡홀름 인근 테비 지역에서 10여년째 살고 있는 은행원 아론손 얀(46·오른쪽 두번째)과 레나(44·왼쪽) 부부. 기자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설명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육아휴직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큰아들 에릭(14·초등7), 둘째 니클라스(12·초등6), 막내 필립(9·초등3). 스웨덴에서도 흔치 않은 아들 삼형제를 키운 ‘내공’이라 간과할 수 없는 말이다.
레나가 막내 필립이 2살 때인 7년 전 육아 문제로 힘겹던 시절을 떠올리며 말문을 열었다. 레나는 “세 아이가 다니는 유아원이 다 달랐죠. 남편과 아이들을 데려가고 데려오는 데만 꼬박 2시간을 허비했죠”라고 했다. 너무 힘들어 직장을 한때 그만두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레나는 이런 경험을 이야기한 뒤, “스웨덴에서는 8세 이전 자녀를 둔 직장인은 75%만 일을 해도 된다. 그것은 출퇴근을 전후해 아이들을 픽업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제 경험에 비춰 이런 제도가 없다면 세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잘라 말했다.

남성 육아휴직 경험자인 얀도 거들었다. 그는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었다. 육아과정에 아빠의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엄마가 갓난아이를 보면 나머지 아이들은 아빠 몫 아니냐”고 하며 웃었다.
육아휴직에 너그러운 사회 분위기에 대한 설명도 보태졌다. 레나는 “내 동료 중에 첫아이를 낳고 돌아와 오후 2시30분까지만 일하고, 오버타임은 아예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있다”면서 “결국 나머지 일을 동료들이 나눠야 하는데, 아이 3명 길러 본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레나는 고용주의 인식도 법적 권리인 육아휴직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에게 직장과 육아의 상관관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부부는 “일터에서 느낀 보람이 결국 육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산모마다 전담 간호사 배정
테비 아동보건센터

스웨덴 스톡홀름시내 외곽에서 20분 남짓 떨어진 테비 지역(코뮨)의 중심 관청들이 밀집한 센트리움의 보건소. 산모 중심의 임신-출산 체계를 구축한 아동보건센터가 건물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12일 기자가 센터를 찾자 마침 입구에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찾아온 첫돌 무렵에 쓰는 유모차 10여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갓난아이를 업은 엄마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벽면 게시판에 지역별 담당 간호사 이름과 근무시간을 적어 놓아 처음 찾은 엄마들을 배려했다.
헤게네스와 비비홀름 지역을 맡고 있는 헬레나 간호사를 만나 센터의 기능에 대해 들었다.
그는 센터가 산모를 위한 ‘원스톱 일대일 지원’ 창구라고 설명했다. 출산 즉시 모든 아이들이 구청이 아니라 센터에 등록되고, 동시에 산모에게 지역별 간호사가 배정된다는 것이다.
자기와 같은 간호사는 산모와 아동의 기본적 건강검진은 물론 심리치료와 상담을 해준다고 덧붙였다. 출산 때는 전문 산파가 배정되고, 육아 과정에서는 모유 먹이기와 이유식 지도를 해준다고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연분만율(85%)과 모유 수유율(97%)의 원동력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헬레나는 이 같은 센터가 코뮨마다 1곳씩 있다고 했다. 의료보험체계가 완비돼 있어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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