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요정’ 같은 가수 박혜경(31)이 1년6개월의 공백을 깨고 가요계로 돌아왔다. 그는 최근 5집 앨범 발표와 동시에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돌입했다.
새 앨범의 색깔은 아름다운 세상과 사랑의 아픔을 오가며 얘기하는 듯하지만, 다소 우울한 멜로디는 마음속 어딘가에 애잔함을 던져준다. 예전에 비해 아기자기하거나 매끄러운 선율은 좀 덜한 편이나 보다 솔직하고 살아있는 감정이 잘 묘사됐다. 전반적으로 드라이한 느낌마저 든다. 목소리에 담겨있는 원초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싶었던 박혜경의 계획된 의도로 앨범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타이틀곡 ‘서신’은 사랑에 대한 기다림과 슬픈 멜로디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 박혜경이 작사하고 일본 가수 가와구치 효고의 히트곡 ‘사쿠라’를 새롭게 편곡했다.
“일본어를 배우려고 지난해 도쿄의 한 어학학원을 찾아갔는데, 일본곡의 가사를 옮겨 적는 시험문제가 나왔어요. 처음 듣는 순간 노래가 너무 좋아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정했죠.”
박혜경은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서신’은 멜로디가 신선하고 깔끔하며 반복적인 감동을 주는 발라드풍의 노래로, 오리엔탈 느낌이 배어 있다”고 소개했다.
“누구나 타이틀곡을 정할 때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음반 수록곡 중에서 이 노래가 반드시 타이틀곡이 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그는 “멜로디가 쏙 들어오고 심금을 울리면서 다양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해서 ‘서신’을 가볍게 타이틀곡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외에도 팬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로 ‘화창한 날’ ‘잿빛 공주’를 비롯해 자신의 나이를 가리키는 ‘31’ 등을 꼽았다. 앨범에는 모두 13곡이 수록됐으며, 대부분 박혜경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95년 명지전문대 시절 강변가요제 출전을 계기로 음악과 인연을 맺은 박혜경은 홍대 앞 인디밴드 멤버들과 모던록 밴드 ‘더 더’를 결성, 97년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그 후 2000년부터는 팀에서 나와 솔로로 활동하며 ‘안녕’ ‘주문을 걸어’ ‘빨간 운동화’ 등 많은 노래를 히트시켰다.
키 160㎝가 채 안되는 작은 체구이지만 무대에만 서면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박혜경은 허스키하면서도 미성 같은 목소리와 섬세한 감정처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때로는 뮤지컬 주인공처럼 활기찬 모습을, 때로는 감정이입에 몰입하는 모노드라마 배우처럼 뛰어난 세련미가 보인다. 성숙한 것 같으면서 어려 보이고, 가냘프지만 파워 넘치는 목소리를 지닌 가수 박혜경.
지난해 누드집을 발간하며 잠시 외도의 시간을 갖기도 했던 그는 “앞으로 가수 활동에만 전념해 더욱 수준 높은 노래로 팬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추영준 기자 yjc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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