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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웃기는 게 행복한 폐인들의 대학”

입력 : 2004-12-16 18:56:00 수정 : 2004-12-16 18: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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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사이트 웃긴대학 이정민 사장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폐인들의 대학이 있다. 바로 인터넷 유머사이트 웃긴대학(web.humoruniv.com·이하 웃대)이다.
웃대는 무조건적인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엽기와 야한 것들로 도배된 사이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명 ‘폐인들이 만들어 내는 인터넷 유머 집단’라고 할 수 있다.
2년 전부터 이 웃대의 사무처장으로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이정민(35) 사장은 “지난 6년동안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웃긴대학’이라는 컨셉에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며 “또 유머라는 한 분야에 집중했고, 네티즌이 유머를 스스로 만들고, 평가하게 만든 점이 네티즌이 웃긴대학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최근 월간지 ‘폐인(Fain·fain.humoruniv.com)''도 발행했다. 웃대 사이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폐인들의 문화를 대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것을 반영이라도 하듯 웃대 사무실 출입구에도, 명함에도, 잡지에도 온통 ''Fain''이라는 네 글자가 돋보이게 새겨 있었다.
16일 오전, 웃대와의 만남을 운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 사장을 웃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6년째 홍보와 광고한번 안해”
-웃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제가 안 만들었습니다.(ㅎㅎㅎ). 프로그래머인 김상유(웃대 총장, 현재 대구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음)씨가 ‘친구들을 웃겨주겠다’고 게시판을 만들어, 유머를 소개한 것이 시초죠.
-웃대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작년 초 평소 인터넷으로 알고 지내던 김 총장에게 도움을 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2주만에 아예 제가 맡아 버렸습니다. 유저들이 게시판을 거의 채팅수준으로 하는 것을 보고 매력을 느꼈죠. 웃기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인터넷 순위(랭킹)이 아주 높던데
△웃대가 6년째 운영돼 오고 있지만, 홍보나 광고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머)한 분야에 집중했고, 시장성을 추구했다는 겁니다.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웃긴대학’이라는 컨셉에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약간의 돈이 되더라도 (컨셉에 맞지 않는 건)거절했습니다. 예를 들어 엽기도 재미있을 수 있고, 야한 것은 많이 볼 수는 있는데, 행복하고는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웃대는 현재 각종 순위사이트에서 70~100위 사이에 랭크되어 있다)

드뎌, 웃대에서도 돈을 준다
-컨텐츠를 직접 생산해서 제공하나?
△그런 적은 없습니다. 1백퍼센트 네티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평가되고, 보여집니다. 저희는 시장만 제공하는 것이죠. 이것이 네티즌들이 웃대를 선택한 한 가지 이유입니다. 운영진의 노력하고는 상관이 없죠.
-컨텐츠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민감하다는데
△언론이나 책에서 웃대 컨텐츠를 인용했을 때는 먼저 회원들이 저희들한테 신고할 정도죠. 출처를 밝히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방법(공격)에 들어가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휴를 통해 컨텐츠를 제공해 달라는 요구가 많습니다만, 다른 데에는 풀기(주기)힘듭니다. 외부로 나갔을 때는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무슨 대책이 있나
△그래서, 오늘(16일)부터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웃긴 글이나 사진을 올릴 때에, 자신이 직접 가격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만약 신문이나, 책에 인용할 경우 웃대에서 결제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은 아마추어 작가들한테 되돌려 줍니다.

“네티즌 눈치 안보고, 적극적으로 자르죠”
-사이트관리는 어떻게 하나
△웃대만큼 회원관리를 하는 곳도 없습니다. 저흰 네티즌들의 눈치를 안봅니다. 커뮤니티에 야한자료를 올리거나, 욕설을 한번이라도 하면 바로 로그인 금집니다. 적극적으로 자르고 있죠. 하루에 20~50명 정도는 자릅니다. 회원등록 할 때는 철저히 실명제를 하고 있습니다.
-사이트 전체가 게시판이다
△PC통신시절에 비해 웹은 비주얼한 면이나 다양한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웹은 인터페이스에서는 발전했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시판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가장 잘 맞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와서 빛을 보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웃대는 게시판에 대한 노하우가 매우 높습니다. 놀기 좋고, 관리하기 편하게 돼 있죠.
-웃대에 들어오는 폐인들의 성향이 어떤가?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제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삶에서 겪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요즘 폐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매우 세분화 집중화돼 있지만, 획일적이지 않고, 형태도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웃대가 인터넷문화의 진원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네티즌들은 재미난 자료가 있으면 최우선으로 웃대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리플이나 게시판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점이나, 약간의 비상업적인 운영, 정치적으로 좌파적인 성향을 가진 점도 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네티즌들이 웃대를 선택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음악밴드 두개…나도 음악폐인”
-사장님은 폐인인가?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가?
△폐인은 ‘마니아’, 일본의 ‘오타쿠’를 의미합니다. 어떤 것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들이란 의미죠. 저도 음악폐인입니다. 음악밴드도 두개나 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업보다도 음악이 좋습니다.
-인터넷에서 세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오픈마인드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 요즘 10대들의 옷차림, 헤어스타일, 행동이 적응이 안돼요. 그러나, 얘들 만나면서 느낀 건데, 저도 중학생 때 야한잡지보고, 머리에 웰라폼이나 요구르트를 바르고 다녔죠. 부모님들이 보기에 저도 문제아였습니다. 마음열고 아이들보다보면 여리고 고민많은 십대들이 많죠. 착한학생들입니다. 자주 만다보면 세대차이를 극복하는데 그다지 힘들지 않아요.
-요즘 가장 인기있는 인터넷 유머를 몇 가지만 이야기 해 준다면
△짝퉁티, 허무송, 싱하형등이 있습니다. 올 연말에는 사건사고가 위주로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습니다.(관련유머는 직접 웃대를 방문하시라-편집자)
-유머의 경향이 변하고 있는가?
△예전에는 최불암시리즈와 참새시리즈 등이 대표적이었죠. 그러나, 요즘은 (억지로)만들어진 느낌을 싫어합니다. 실생활과 관련되고, 자신이 생활 속에서 겪었던 유머가 유행입니다.

전유성과 함께 만드는 월간 ‘폐인’
-불경기라고 야단들인데, 오프라인 월간지를 만들었다
△잡지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한분을 빼고, 저보고 다 미쳤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책이 나오기도 전에 1천여명이 정기구독을 신청했습니다. 현재는 1천7백명 정도가 됐죠.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사이트 운영진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크게 성공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소재가 한정되어서 매체기획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컨텐츠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월간 ‘폐인’의 내용은 단순히 유머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네티즌 문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웃대 사이트에만 해도 하루 5천개가 넘는 유머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순수창작물은 약 2천개정도로 보고 있죠.(웃대는 한사람이 하루에 올릴 수 있는 글의 개수를 게시판마다 3~10개로 제한하고 있다. 게시판 도배를 막기 위해서다.)


-폐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11월 창간기념호를 받고, 욕 많이 먹었습니다. 그러나 12월호는 웃대다운 내용과 편집으로 쇄신해서 반응이 매우 좋은 편입니다. 160페이지 정도 나오는데, 3천원을 주고도 아깝지 않는 잡지를 만들고 싶습니다.
-전유성씨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데
△전유성씨가 했던 연극과 전시회를 온라인 홍보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저와 전유성씨는 ‘제발, 잡지 멋지게 만들지 말라’고 계속 주문하고 있습니다.(ㅎㅎㅎ). 전유성씨의 아이디어와 재치가 잡지기획에 큰 도움이 됩니다.

“유머는 창의력의 산물”
-직원들을 뽑는 기준이 궁금하다. 잘 웃기는 사람이 유리한가?
△ 면접을 볼 때. 창의력 시험을 봅니다. 유머는 기발한 창의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유머를 만드는 네티즌을 관리해야 하고, 또 그들의 필요도 알기위해서는 창의력이 뛰어나야합니다.
(이 사장이 내는 창의력시험문제는 총 8문제. 그 중에서 지금까지 2문제를 맞춘 사람이 최고득점자였다고 한다. 기출문제를 살펴봤다. -문1 : 밀폐된 공간 2층에 등이 세 개가 있다. 지하실에는 등을 켜고 끄는 스위치가 또한 세 개 있다. 한번 내려가서 등과 스위치를 매칭할 수 있는 방법은?, -문2 : 82의 17%가 큰가, 17의 82%가 큰가? 답은 의견란에)
-감사합니다.

/글=안신길, 사진=김무성 세계닷컴 기자 ejournal@segye.com

<전교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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