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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앨런 쇼엔의 ‘닮은꼴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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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11-20 14:17:00 수정 : 2004-11-20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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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수의학자인 저자와
그의 친구이자 스승인 개 ''미건''
둘의 감동적인 우정과 사랑
원고 청탁을 받고 되돌아보니 나의 책읽기는 실용주의에 입각하고 있지 않았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길을 찾기 위해 책을 읽지 않았다. “나는 재산도 명예도 권력도 다 가졌으나, 생애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독서를 통하여 얻었다. 독서처럼 값싸고 영속적인 쾌락은 없었다”는 몽테스키외의 말처럼 나의 독서는 쾌락주의를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용을 추구하는 바쁜 세상에, 남에게 추천할 만한 변변한 책 한 권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 읽은 책은 두루 읽혔으면 하는 바람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개에 관한 책이라서 나처럼 개를 기르는 사람에게는 특히 가슴에 와 닿을 것이나, 개를 기르지 않는 사람에게도 감동을 줄 것임이 틀림없다. 요즘처럼 애완동물을 많이 기르고 또 쉽게 그들을 학대하고 버리는 세태에서는 더구나 의미 있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개를 심심풀이 수단으로 기르는 내 태도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기 시작했으며 나아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외경심을 품게 되었다. ‘닮은꼴 영혼’이라는 이 책의 지은이 앨런 쇼엔(Allen M. Schoen)은 수의학자로 자연보존세계기구(GCC) 산하 단체인 통합적동물센터를 창설하고 국제동물침술학회(IVAS)의 회장을 지냈으며 보완 및 대체수의학의 개척자로 이름 높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동료이자 스승이라고까지 칭한 ‘미건’이라는 개(골든 레트리버)와 동행하면서 겪은 실화다. 저자가 처음 미건을 만난 것은 뉴햄프셔주의 어느 시골 주차장에서였다. 당시 네 살쯤 된 미건은 병으로 버림받고 먹을 것을 찾아 방황하다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저자는 미건을 살려 낼 수만 있다면 그를 친구로 평생을 같이 살 것을 약속한다. 기적이 있어 미건은 살아났으며 10년 후, 저자와 따뜻한 눈길을 주고 받으며 암으로 가망 없는 생명을 안락사로 마감할 때까지의 미건의 생을 이 책은 담고 있다. 미건은 수의사인 지은이를 동행하며 온갖 동물들의 치유에 일조한다. 미건은 사랑으로 치유됐으며 저자는 이에 영감을 얻어 치유의 힘이 서양의학의 바깥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대체수의학을 개발, 발전시킨다.
저자는 동물이 인간으로 환생하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한 불교의 윤회를 믿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미건에게 묻는다. “너는 두 발 달린 우리 인간들의 스승이 되려고 의도적으로 네 발 달린 천사로 변신한 것은 아니니?” 하고.
인간의 탐욕에는 끝이 없다. 끝없이 빼앗고 축적한다. 이를 위한 싸움은 갈수록 격해지고 파괴적이 된다.

우리 집 개를 보면서 나는 인간의 진화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때가 있다. 배가 고프지 않을 때, 우리 집 개에게 간식용 뼈다귀를 주면 이놈은 숨길 곳을 찾아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기껏해야 소파쿠션 밑이나 침대의 베개 밑 같은 곳을 헤집어 숨긴다. 그리고는 금방 제가 숨긴 자리를 잊어버린다. 아무리 사나운 동물들조차도 그들의 눈이 평화스러운 것은 그들은 축적하기 위해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태고 이래 그들의 싸움은 생존의 필요를 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싸울 때조차도 아름답다.

김 순 응 서울옥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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