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함께 내놓은 ‘음식물 섭취와 영양 그리고 만성질환의 예방 공동보고서’에서도 탄산음료와 고열량 식품 등은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패스트푸드는 칼로리가 높고 지방이 많은 음식이기 때문에 비만과 만성질환의 주범이 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지난달 26일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인터넷판에는 패스트푸드에 관한 흥미로운 결과가 실렸다.
바로 패스트푸드가 육체적인 능력뿐 아니라 두뇌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실험 결과=이전부터 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할 경우 학습이나 기억능력이 저하된다는 가설은 종종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신경과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미국의 두 과학자가 발표한 동물대상 실험결과는 그동안의 가설을 증명하는 최초의 자료다.
이 자리에서 미 사우스 캘리포니아 의대의 앤 샬로테 그랜홀름 박사는 물을 싫어하는 쥐의 특성을 이용, 쥐에게 물이 차있는 특정지점을 찾아가게 하고 쥐의 움직임을 관찰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 결과 고지방·고칼로리 음식물을 8주간 섭취한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물이 차 있는 지점을 찾는 데 훨씬 많은 실수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다른 팀인 미 세인트루이스대학의 존 몰리 박사 연구팀은 쥐들에게 전기자극장치가 설치된 미로를 찾아가는 것을 실험한 결과 고지방 음식물을 섭취한 쥐들이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눈에 띄게 실수를 많이 한다는 사실과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전기자극장치가 있는 곳을 기억하고 피해가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존 몰리 박사팀은 “고지방 음식물을 섭취한 쥐의 혈액에서는 지방산 에스테린의 일종인 ‘트리글리세이드’가 높은 수치를 보이는데 이 물질이 쥐의 지각능력에 손상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몰리 박사는 주장 근거로 “고지방 음식물을 섭취한 쥐들에게 몸무게는 줄어들지 않고 트리글리세이드만 감소시키는 약품을 투여해본 결과 쥐들의 기억력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억력 저하는 이미 트리글리세이드 수치가 높은 당뇨병 환자들에게서도 발견됐던 문제다.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아직 고지방 식사가 사람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는 많지 않다. 동물 실험을 수행했던 몰리, 그랜홀름 박사는 “쥐와 달리 고지방 식사가 사람들의 지각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뉴저지 의대 배리 레빈 박사도 실험 결과에 대해 “고지방 식사를 한 쥐들의 지각능력이 떨어진다는 이번 실험결과는 인정하지만 인간에게도 이 결과가 똑같이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패스트푸드와 같은 고지방 음식물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그랜홀름 박사는 “트리글리세이드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고 알려진 트랜스 지방산이 포함된 음식 섭취를 가능한 한 삼가야 한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트랜스 지방산이란 감자칩이나 프라이드 치킨 등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에 많이 포함돼 있는 불포화지방산이다. 레빈 박사 역시 “패스트푸드와 같이 만들어진 음식을 줄이는 것이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박진우기자/dawn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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