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을 공부한 젊은이들이 외국에 유학가서 3∼7년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한 후 철학박사(Doctor of Philosophy: Ph.D.) 학위를 받고 귀국한다. 일종의 면허와 자격증 같은 것이다.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지도교수가 자신에게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으니 이제부터는 혼자 공부하고 연구하라며 주는 학위이다.
그리고, 공학·의학·정치학·경제학·인문학·미술·음악 등을 전공한 이들도 대부분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들의 학위는 소크라테스·칸트·공자 등의 이념적인 철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해당분야의 학문을 수준 이상으로 이해하고 연구했다는 것이므로, 이 학위들은 ‘학문박사’인 셈이다. Ph.D.를 받고 20∼30년 탁월한 연구업적을 쌓은 국제적인 교수들에게 이학박사, 공학박사, 경제학박사 등의 전문학위를 수여하는 외국대학도 간혹 있다.
이에 따라 정치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 등으로 과학이 종종 사용되기도 하지만 과학이 배움과 지식 및 학문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정치학, 사회학, 인문학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물리과학과 생물과학도 물리학과 생물학 등으로 쓰는 것이 더 간단명료하다.
배움과 지식은 지혜로 이어질 수 있고 생활과학화가 될 수 있다. 설계되어 제품화가 되면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그래함 벨이 발명된 전화가 없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수백 번 설계되고 개선된 전화가 오늘 우리가 쓰는 전화이며 휴대전화이다. 그래함 벨이 없어도, 다른 형태의 통신수단이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전화의 발명과 개량은 참으로 과학자들이 인류에게 준 위대한 공헌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서울 시내 자동차 대수가 약 600만대이고 전국으로 1200만대의 자동차가 질주하고 있다. 이들이 옛날의 마차나 기차 같이 딱딱한 바퀴로 다닌다고 상상해 보자. 그 얼마나 시끄럽고 먼지가 더 많이 날까. 튜브 없는 타이어의 발명이 우리에게 얼마나 훌륭한 혜택을 주고 있는가.
그리고, 현대의학의 진척이 없으면, 아마도 한반도의 현재 인구은 훨씬 적을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전화와 자동차 및 의·약학처럼 인류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다. 과학문명은 진정 경제적이고 인간 삶의 질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있다.
과학도는 배우고 지혜를 쌓아 응용을 한다. 그리고, 설계하고 만들어 생활에 실용화한다. 그들은 자식들이 자연과학을 배우고 전공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과학자들은 간단명료하며 착하게 생활한다는 것이 서양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열심히 공부해 남을 지배하고 부를 축적해야 된다는 한탕주의의 꿈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발상은 후진국과 후발적인 사람들이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미국 직장의 신입사원 연봉은 화학·전산 등이 5만달러 이상이고 인문사회계는 이공계의 반 이하이다.
이는 선진사회일수록 이공계를 선망하고, 안정된 직업을 찾으며, 소유한 지식과 지혜를 생활과학에 이용하고 제품화하여 인류에 기여하는 결과이다. 결국, 우리도 이공계를 선망하고, 부모들이 자식들을 이공계로 많이 선도할 때 선진국 반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정용승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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