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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대사 빠를수록 더 오래산다"

입력 : 2004-06-09 16:10:00 수정 : 2004-06-09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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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애버딘大 연구팀 쥐 실험결과 밝혀 ‘리브 패스트, 다이 영(Live Faㅁst, Die Young)’ 직역하면 ‘빨리 살면 일찍 죽는다’로 해석되는 이 서양 속담은 보통 ‘굵고 짧게 산다’로 통한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동물의 수명을 설명하는 데 100년 가까이 정설로 굳어져 왔다. ‘빨리 산다’는 ‘신진대사가 보통 이상으로 활발하다’는 뜻이니 결국 신진대사 속도가 빠를수록 생물은 더 오래 살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영국의 권위 있는 과학잡지 네이처는 2일 이같은 정설과 배치되는 흥미 있는 연구성과를 보도했다. 영국 애버딘대의 존 스피크먼이 이끄는 연구팀은 산소 소비량을 기준으로 쥐 42마리의 신진대사량을 재고 이들의 수명을 측정한 결과 신진대사가 활발한 쥐는 그렇지 않은 동료에 비해 더욱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이 잡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가장 빠른 신진대사 속도를 보인 집단은 가장 느린 집단에 비해 수명이 3분의 1 이상 길었다. 이 연구결과를 인간에 도입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한 인간은 보통의 수명 70세에다 27년을 더해 덤으로 살 수 있다는 계산이 서는 셈이다.

기존의 장수이론은 동물 종들의 수명 관찰에서 비롯됐다. 예를 들어 신진대사 속도가 느린 코끼리와 같이 덩치가 큰 동물은 신진대사가 활발한 쥐와 같은 소형동물에 비해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짙다.

스피크먼은 “여러 종을 비교해 기존 이론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연구는 적어도 한 가지 종에서는 반대되는 사실이 나타났다는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평했다.

◆장수의 비밀=연구팀은 신진대사가 활발한 쥐가 장수를 누린 비밀을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찾고 있다.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 음식 분자를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로 바꾼다.

미토콘드리아가 이같이 세포에 필요한 화학적 ‘연료’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유해한 ‘자유 라디칼’(Free Radical)이 생산된다. 라디칼은 화학변화가 일어날 때 분해되지 않고 다른 분자로 이동하는 원자의 무리를 가리킨다. 우리 몸의 세포는 산소를 이용해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기 때문에 이때 산소에 의한 ‘자유 라디칼’이 생기며, 이는 인체의 분자단위 구성요소에 해를 입힌다. 즉 DNA나 단백질, 효소처럼 생명유지에 매우 중요한 세포와 조직을 끊임없이 공격하기 때문에 ‘자유 라디칼’은 유해산소라고도 불린다. 이같은 손상이 서서히 축적되면서 몸이 점진적으로 퇴보해 가는 과정을 보통 노화라고 부른다.

연구팀은 특히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 대신 열을 생산하도록 만드는 UCP(Uncoupling Proteins)에 주목하고 있다. 신진대사가 활발한 쥐일수록 단백질의 일종인 UCP가 더욱 활성화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 UCP가 활발히 작동하면 여분의 에너지가 열로 바뀌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세포에 ‘연료’까지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 미토콘드리아로서는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면 최대 속도로 일할 수밖에 없다. 즉 신진대사가 더욱 활발해지는 셈.

미토콘드리아는 동시에 보다 효율적으로 보이면서 유해한 ‘자유 라디칼’을 적게 내놓음에 따라 신진대사가 활발한 쥐들의 노화를 늦추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따라서 ‘자유 라디칼’의 생산을 막는 UCP가 장수로 가는 궁극적인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를 단순히 해석하면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암페타민과 같은 약이 인간의 수명을 늘릴 수도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연구팀은 현재 인간 역시 신진대사 속도가 빠를수록 오래 사는지 실험을 통해 알아볼 계획이다.

스피커먼은 “암페타민과 같은 약이 신진대사는 물론 UCP의 기능까지 함께 활성화시킬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노화 해결약이 곧 현실화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의학계는 UCP의 기능을 보다 활발하게 하는 비만치료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UCP는 포유류의 갈색 지방세포에 존재하는데 몸이 추위에 노출되거나 오랫동안 과식할 때는 잉여 지방을 태워 열을 발생시키고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과학계는 타고난 유전자 정보에 의해 UCP가 활성화하지 않으면 신진대사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면서 비만이 유발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 이 단백질에서 어떤 변이가 일어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실정이다.

한편 기존의 장수 혹은 노화 이론에 대한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쥐와 박쥐는 신진대사 속도가 거의 비슷한데도 박쥐가 10배나 오래 살 뿐 아니라 조류와 영장류도 그 속도에 비해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주장이 기존 이론을 공격해 왔다. 황계식기자/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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