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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얘들아, 흙이랑 노~올자

입력 : 2004-04-12 14:33:00 수정 : 2004-04-12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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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키드'' 위한 흙놀이법 하루종일 흙길을 뛰놀고 나면 잠자리에 누워서도 손발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남곤 했다. 옛시절 흙은 아이들의 정서를 빚는 재료였다. 아스팔트 키드로 자라난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을 통한 정서교육은 과제가 됐다. 바쁜 부모가 매일 주말농장으로 데려가 ‘자연의 아이들’로 만들 도리는 없다. 그보다는 도심 한복판에서, 집 안에서 흙을 갖고 놀 수 있는 생활 속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설치조각가 이영란씨는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다양한 흙놀이를 체험케 하는 전시공연 ‘바투바투’를 열고 있다. 지난해 10월 ‘흙동이와 찰흙놀이 해요’(꼬마이실)라는 찰흙놀이 실전 가이드북을 내놓은 김선현씨는 ‘흙동이의 유아찰흙놀이’를 곧 출간할 예정이다. 둘 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호응과 요청에 힘입은 것이다. 흙놀이 전문가 두 사람에게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흙놀이 프로그램을 들어본다.
◆시청각 위주교육에서 촉감을 느끼게=한양대 홍대 등에 출강하며 수원에서 찰흙놀이 전문교육센터 ‘Art&Clay’를 운영하는 김선현씨는 “정형화된 장난감만 사용한 아이들은 사물에 대한 융통성과 창의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라면서 “촉촉하고 말랑해서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지는 흙의 ‘가소성’은 아이들에게 재미뿐 아니라 자신감과 적극성을 심어준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찰흙놀이는 미술수업시간에 입체조형학습의 명목으로 그친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미술학습보다 자연체험놀이로 중요시되고 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의 오은영 원장은 “지금은 스트레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운동이 필요한 때”라면서 “그리기 등 다른 활동에 비해 찰흙놀이는 ‘자연의 요소’로 인식돼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저항감이 적다.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분리 불안, 자폐 등의 증상을 가진 아이들이 찰흙을 주무르고 치대고 사물을 만들면서 증상이 크게 호전되는 모습을 본다”고 조언한다.
유아의 경우 작품 조형보다 그냥 찰흙을 만지작거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2∼4세 유아는 ‘탐색 전 유희기’에 해당, 기능적인 것을 요구하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어떤 걸 만들어내느냐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엄마랑 아이랑 대화를 통해 관계형성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물은 문방구나 가까운 공방에서 파는 흙 10g을 구입하면 된다. 요즘 시중에는 작고 예쁜 돗자리가 다양하게 나와 있다. 집에 깔아놓고 흙을 펼쳐놓는 것으로 준비 완료다. 흙은 밤에 물을 뿌려 비닐로 싸두면 몇달 동안 쓸 수도 있다.
김씨가 유아들을 위해 제안하는 놀이는 엄마들에게도 별로 어렵지 않다. 흙 속에 구슬을 숨겨놓고 아이 눈을 가린 채 ‘공룡알을 찾아라’며 손가락으로 파서 찾아내게 할 수 있다. 주변의 다양한 매체를 반죽한 흙에 찍어내 질감 교육을 하는 것도 좋다. 솔방울 땅콩 배춧잎 공룡 모형 등으로 찰흙 화석을 만드는 것은 판화 수업보다 간단하다. “아이 자신이 갖고 있는 관심거리를 통해 창의력을 끌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변비가 있는 아이라면 ‘강아지 똥’을 본 후 인상쓰면서 시원해하는 강아지의 표정이나 똥 덩어리를 여럿 만들더군요. 좋아하는 동화책의 주인공을 만들어보게 하거나 얄미운 짝꿍의 얼굴을 표현하게 하는 것도 좋아요.”
◇''흙동이의 유아 찰흙놀이''의 저자 김선현씨
마늘짜는 도구, 쿠킹 틀, 케이크 칼 등 주변의 생활용품들을 도구로 쓰면 특별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주의점은 절대 더럽힌다고 야단치지 말 것. 또 답답하다고 대신 만들어주는 것도 비교육적이다. 아이가 잘 못 만들 때는 사진이나 그림책을 보여주거나 대화로 힌트를 주는 게 좋다.
◆흙놀이는 조각이 아니다=설치조각가 이영란씨는 흙은 먼 밖에 있는 자연이기보다 실내에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고정관념의 탈피를 강조한다. “공간의 지배를 받는 게 행위이고 놀이이죠. 집에서 흙놀이를 한다면 엄마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숙제하던 책상에서 벗어나 푸른색 타일을 깔아주거나 조명을 켜주는 식으로요. ”
찰흙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만드는 것과 특별한 조명 환경에서 만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엄마가 아이의 행위를 귀찮은 장난이 아닌 소중한 놀이로 대접할 때 아이들은 ‘놀이가 예술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경험을 체화한다. 아이들이 흙을 느끼기 위해서는 조형성을 주문하지 말아야 아이들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아이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닮게 만드는 것보다 점점 만들고 표현하기 위해 주변에 대한 관찰력이 늘어나도록 북돋운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가 흙이라는 물질의 특성을 느끼고 활용하게 하는 게 먼저다. 흙은 물의 농담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굳은 상태에서 형태 만들기, 말랑말랑한 상태에서 찰흙을 작게 뭉쳐 유리판에 던지는 놀이, 물을 많이 섞어 만든 흙물로 붓글씨 쓰기 등을 두루 경험케 한다.
김은진기자/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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