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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의 포토에세이]삼척 봄바다

관련이슈 최형주박사의 음식이야기

입력 : 2004-04-16 17:46:00 수정 : 2004-04-16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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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내음 쏟아내는 은빛 물보라
울창한 숲속-해안절벽 너머로 옥빛 동해가 ''출렁''
온갖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는 시절에도 불현듯 바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 쉼 없이 밀려드는 파도, 쪽빛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 떼, 한가로이 떠가는 고깃배, 천태만상의 갯바위들…. 이와 같은 바다는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마련이다. 풍광 좋은 동해안에서도 가장 순수한 자연미를 간직한 삼척 바다는 바로 그런 낭만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강원도 동해안의 맨 남쪽을 차지하는 삼척시의 바다는 삼척해수욕장에서 시작되어 월천해수욕장에서 끝난다. 동해시를 지나 삼척 땅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삼척해수욕장 가는 길이다. 이 삼척해수욕장과 삼척항 사이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따라서 몇 해 전에 길이 4.2의 ‘새천년도로’가 개설되었다. 삼척항을 지나 삼척교 삼거리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2쯤 가면 ‘한치’라는 작은 고개를 넘어서게 된다. 이 고갯마루의 조망은 동해안에서도 으뜸이다. 한재밑, 승공, 맹방 등의 해수욕장이 약 6나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7번 국도를 타고 다시 남쪽으로 달린다. 솔숲 울창한 궁촌해수욕장과 마라톤 영웅인 황영조의 고향 초곡마을을 지나면, 용화해수욕장과 장호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안절벽에 올라선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다. 옥빛을 띤 바다와 아담한 백사장, 연신 밀려드는 파도가 그지없이 상쾌하다. 이곳의 야경은 낮 풍광에 못지않게 아름답다. 어둠이 내리면 고깃배들의 환한 불빛과 일정 간격으로 깜박거리는 등대의 불빛이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그뿐 아니라 장호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돋이도 장관이다.
장호해수욕장 너머 원덕읍 갈남리 앞 바다에는 동해안에서는 드물게 작은 섬 하나가 떠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월미도라는 이 무인도는 먼 바다에서 밀려드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뿐 아니라 갈매기들의 번식지로도 활용되는 섬이다.
앞 바다에 월미도가 떠 있고 갯바위와 암초가 많은 갈남리는 맛 좋은 자연산 미역(돌미역)의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이 마을 주민들은 4월 중순쯤부터 한달 내내 자연산 미역을 채취하고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그때에 맞춰 이곳을 찾으면, 이젠 거의 사라진 ‘떼배’(뗏목)로 미역을 채취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갈남리에서 나지막한 고개를 하나 넘어서면 신남마을이다. 이곳에는 풍어(豊漁)와 자손 번식을 기원하는 바닷가 사람들의 독특한 신앙이 내포된 해신당이 여태껏 남아 있다. 해신당과 신목(神木)인 향나무는 마을 북쪽의 포구를 감싸며 바다로 뻗어내린 산자락 끝에 자리잡고 있다. 처녀상을 모신 해신당 안에는 나무로 깎은 남근(男根) 여러 개를 굴비 두름처럼 엮어서 매달아 놓았다.

이 해신당의 주인인 처녀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과 시월 상오일(上午日)에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고 남근을 깎아서 해신제를 올린다. 해신당 주변에는 해신당공원이 조성돼 있고, 부근의 언덕에는 어촌민속전시관도 자리잡고 있어서 동해안 어민들의 토속신앙과 전통 풍속을 자세히 알 수가 있다.
신남마을에서 다시 국도를 타고 7쯤 남쪽으로 내려가면 삼척에서 가장 큰 항구인 임원항에 이른다. 신남마을에서 임원항으로 가는 해안도로 주변의 산비탈에는 때마침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이 봄날의 흥취를 한껏 북돋운다. 임원항 부둣가에는 제법 규모가 큰 횟집촌이 형성돼 있어서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큰 항구도시의 횟집과 같은 우아한 분위기나 화려한 장식은 기대할 수 없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값에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회를 맛보면서 그동안의 여로에 쌓인 피로를 말끔히 풀 수 있다.
여행작가
■여행메모
▷숙식=맛 집으로 삼척항의 바다회집(곰치국 033-574-3543)과 돌고래횟집(생선회 573-1373), 삼척시 당저동의 오신다식당(해물탕 574-4521)과 남양동의 외갓집보리밥(보리밥 574-7669), 임원 횟집촌의 등대횟집(573-3398)과 장호해수욕장 근처의 장호횟집(생선회 572-4009) 등이 추천할 만하다.
삼척시의 숙박업소로는 바다 전망이 빼어난 곳에 자리잡은 펠리스관광호텔(새천년도로변 575-7000)과 장호용화관광랜드모텔(장호용화관광랜드 내 573-6321)이 가장 권할 만하다. 그 밖에 삼척 시내에는 신라장(574-8859)을 비롯한 장급여관이 많고, 임원항에도 동광비치(573-6123), 여래장(573-4646)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동해 종점(7번 국도)→삼척해수욕장→새천년도로→삼척항→한재→장호해수욕장→임원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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