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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의 방송작가 클로즈업]일일연속극 준비중인 ‘아들과 딸’ 박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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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02-06 09:19:00 수정 : 2004-02-06 0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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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아무리 변해도 풋풋한 가족사랑은 불변의 화두” 1990년대 초반 MBC에서 방송한 주말연속극 ‘아들과 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배에서 태어난 쌍둥이지만 아들에게는 귀한 남자라는 뜻의 ‘귀남’(최수종 분)이란 이름이, 딸에게는 ‘뒤에 또 남자아이를 낳게 해 달라’는 뜻의 ‘후남’(김희애 분)이란 이름이 주어진다.
후남은 귀남을 위해 많은 걸 포기한다. 부모 몰래 대학시험을 치러 합격해 놓고도 귀남이 대학에 떨어지자 앞길을 가로막는다며 어머니(정혜선 분)로부터 구박을 받는다.
정혜선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나올 때부터 먼저 나오더니 귀남이 앞길을 막지”라고 후남을 타박할 때 ‘이 땅의 여인네’는 “같은 여자지만 해도 너무 한다”며 후남을 감쌌다.
‘아들과 딸’은 가장 잘 나갈 때의 시청률이 61.5%를 기록, 역대 방송 드라마 가운데 7위에 오를 만큼 90년대 초반 안방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다. 이 드라마 극본을 쓴 이가 작가 박진숙(57·사진)씨다.
주말극 ‘아들과 딸’(92∼93년)을 비롯해 ‘마당깊은 집’(90년) ‘산 너머 저쪽’(91년) ‘동기간’(95년) ‘방울이’(97년· 이상 MBC), ‘아버지와 아들’(2002년 SBS)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그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견작가다.
박씨가 집필한 드라마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스타 연예인들이 총출동한다. 하나같이 아직까지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끌고 있다. ‘아들과 딸’에는 히트 드라마 단골 탤런트인 최수종 김희애 채시라가 나왔고, 지금은 영화배우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석규가 더벅머리 가발을 쓴 채 등장해 브라운관 신고식을 치렀다.
‘마당 깊은 집’에서 ‘인고의 어머니’상을 보여준 고두심은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배우’ 대열에 올라섰다.
주말연속극 ‘산 너머 저쪽’에서는 고두심과 함께 연기력이 출중한 김희애가 나온다. 요즘 한창 주가가 오른 MBC 탤런트 공채 출신의 영화배우 정준호는 ‘동기간’을 통해 드라마에 데뷔했다.
서울 여의도 방송작가협회 건물 지하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박씨는 자신이 쓴 드라마를 일일이 손꼽으며 ‘그때’를 술회했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회상에 젖은 그의 표정이 잠시나마 ‘행복해’ 보였다.
“불과 10여년 전 일인데, 그때만 해도 ‘차분한 정통 드라마’가 꽤 인기를 끌었어요. 지금 그런 드라마를 내놓으면 사람들이 ‘너무 느리다’고 안 볼 겁니다. 모든 게 ‘휙휙’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인데, ‘잔잔한 이야기’가 먹힐 리 없죠.”
박씨는 그럼에도 중견작가로서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이지만, 10년 전처럼 가족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라도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맛게끔 재미있게 그려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것.
“세상이 변하고 방송 환경도 많이 바뀌었지만, 저희 같은 중견작가가 설 곳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찌됐든 ‘하루하루를 치러내 이만큼 왔다’는 것 아닌가요?”
박씨는 오는 4월쯤 SBS 일일연속극을 통해 오랜만에 안방을 찾을 예정이다. “시대가 변했으니 작가도 ‘흐름’을 거부할 순 없죠. 그래도 요즘 시청자들이 채널 돌리지 않게 할 자신이 있어요. ‘재미있는 정통 드라마’, 그거 가능한 거거든요.”

문화생활부 기자/julye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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