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갑의 新匠人탐구]남-북극경유 비행 ''반디호'' 개발 김응태 박사

토종 경비행기로 기록도전 ''뿌듯''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채연석·대전 유성구)의 소형기그룹 책임연구원 김응태(47) 박사는 이달 중순 단발 항공기로는 세계 최초로 남·북극점을 경유하는 세계일주 비행에 도전하는 4인승 소형항공기 ‘반디호’를 개발한 주역이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4인승 소형 항공기인 ‘반디호’는 2개월 동안 남·북극점을 통과해 총 5만km를 비행할 계획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 비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제적으로 국내 항공기 개발 능력을 인정받을 뿐 아니라 앞으로 세계시장 진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려운 국내 항공산업에 전환점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 ‘반디호’를 개발한 김 박사는 1998년 3월 한국항공연구원이 착수한 소형 항공기 개발의 총괄 책임을 맡아 3년 7개월 만인 2001년 10월 ‘반디호’ 를 선보여 시험 비행까지 성공시켰다. 그는 이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이듬해 대통령 포장을 받았다.
김 박사는 반디호의 남·북극점 경유 비행을 앞두고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소형 항공기가 세계 기록 도전에 쓰이게 돼 우리 항공기술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한 느낌이 든다”며 감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어려운 국내 항공산업이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처럼 환히 피어나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개발 항공기의 이름을 ‘반디호’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비행의 조종은 세계 기록 도전을 위한 항공기로 반디호를 선택한 미국인 탐험 조종사 거스 맥러드(48)가 맡는다. 맥러드는 2000년 4월 복엽기(날개가 아래 위로 두개 달린 옛 비행기)를 타고 남극 경유 비행을 세계 최초로 성공한 모험가이기도 하다. 이달 중순 미국 플로리다 세바스찬을 출발해 장도에 오르는 반디호는 아르헨티나의 우슈아이아∼남극점∼아르헨티나 우슈아이아∼멕시코·미국 서해안∼알래스카∼북극점 등을 거쳐 캐나다 동부·미국 워싱턴시에 오는 3월 중순 도착할 예정이다.
반디호의 우수성과 관련, 김 박사는 “일반 항공기와는 달리 수평꼬리날개가 전방에 달린 선미익(先尾翼)형 항공기로 동급 항공기에 비해 이·착륙때 안전성이 탁월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미 2002년 4월 미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EAA 에어쇼에 출품돼 비행 성능과 디자인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김 박사가 항공우주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대에 진학, 전공으로 항공공학을 선택하면서부터. 그는 학부 과정을 통해 전공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다음 내친김에 86년 미 인디아나주 퍼듀대에서 항공공학 박사학위까지 따냈다. 92년 현재의 항우연에 첫발을 디딘 그는 8인승 쌍발 항공기 복합재료 개발에 참여했다가 신설된 소형기 연구그룹의 책임연구원으로 발탁된 것. 그는 지난해 말까지 10여명의 팀원들과 함께 이 그룹에서 선미익 항공기 개발을 주도해 왔다.
“널찍한 작업장에서 일할 때가 많아 팀원들과 함께 여름철엔 더위, 겨울철엔 추위와 싸우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는 그는 “다른 큰 항공회사에 비해 소수의 팀원들이지만 전원이 설계와 제작, 시승까지 참여하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매력을 더 느낀다”고 말했다.
“세계 경항공기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주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재 항우연이 반디 2호기를 제작해 성능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그는 “수출에 필요한 여러 절차를 거쳐 국산 반디호 기체를 해외시장에 수출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올 들어 무인항공기의 자동제어시스템을 설계하는 항법제어그룹 책임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김 박사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항공우주산업 분야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주어진 분야에서 열과 성을 다 쏟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론독자부기자/[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