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학창시절 이 시조를 외었던 50∼60대 장년층이 오늘 이 시조를 다시금 읽는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돌 아니라 바위라도 좋으니 제발 짐을 좀 지게 해다오 하고 외치고 싶은 심정일 게다.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열린 ‘2003 하반기 실버취업 박람회장’. 물경 1만8000여명의 50∼60대 구직 장년자가 몰려 준비한 2만여장의 이력서가 동이 났다고 한다. 노인 실업 문제가 여간 심각지가 않다. 청년층조차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현실에 노인 실업 문제 따위엔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는다.
오늘의 50∼60대 장-노년층은 자식의 봉양을 받던 구세대와 자식만 챙기는 신세대 사이의 ‘낀 세대’다. 젊어서 열심히 돈 벌어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밀어넣었다. 자녀야말로 든든한 ‘노후보험’으로 알았고 그러기에 자녀 교육에는 만금이 아깝지 않았다. 노후 대책이야 따로 세울 필요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인생을 줄달음쳐 왔다.
세상은 우주선보다 빠르게 변해 버렸다. 산업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통적 가족 개념은 해체되었다. 가족은 부부와 자녀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노인들이 뒷방차지 신세라고 불평했던 때가 차라리 행복했던 시대로 기억된다. 그 때는 그래도 과도기였다. 이제 노인은 빈손으로 길거리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노년이란 결국 인생을 산 데 대한 벌”이라는 루마니아 태생의 프랑스 수필가 시오랑의 냉소가 현실로 되는 것 같아 마음이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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