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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분쟁현장을 가다]<1>팔人들의 감옥 보안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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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3-10-09 16:15:00 수정 : 2003-10-09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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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장벽은 ''통곡의 벽'' 지난 5일 텔아비브에서 동북쪽으로 32km 떨어진 인구 4만의 팔레스타인 자치도시 칼킬랴.
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이스라엘 보안 장벽의 검문소 앞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청년 자이드 사도(28)는 섭씨 35도의 뙤약볕 아래서 검색을 기다리며 “이스라엘 군인들이 우리를 감옥 속에 가둬 놓고 있다”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검문소 뒤쪽으로는 이스라엘 지역으로 나오려는 칼킬랴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에 먼지가 구름처럼 이는 비포장도로 중앙에 세워진 검문 초소의 문은 이스라엘 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관문이다. 초소의 문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만 열리고 밤에는 폐쇄된다. 때문에 시간이 늦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초소 주변에서 밤샘을 해야 한다.

칼킬랴에서 북쪽으로 15km 지점에 있는 투르캄도 도시 주변에서 외곽 장벽 축조공사가 한창이다. 10여명의 인부들이 크레인과 중장비를 동원해 구슬땀을 흘리며 조립식 시멘트 벽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순찰을 돌던 이스라엘군 소대장인 탈 셰퍼 중위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에게 다가와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고는 “현재 진행 중인 이 장벽 공사는 연내에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자살 테러리스트들의 이스라엘 잠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해 6월14일부터 시작한 보안 장벽 축조공사는 지난 9월 2일 요르단강 서안지역의 살렘 인 와디 아라에서 엘카나까지 120km에 달하는 제1단계 차단 장벽이 완성됐다.

이스라엘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나머지 장벽은 45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2km에 달하는 제2단계 장벽공사는 살렘 서쪽에서 말레 길보아까지 연말 안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보안장벽은 7∼8m의 콘크리트 장벽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경비 도로와 참호 등을 파고 그 바깥에 다시 철조망을 설치한 뒤 센서, 감시용 카메라 등을 달아 놓았으며 일정 간격으로 감시탑이 세워져 있다.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의 최대 장애물로 비난받고 있는 보안장벽의 전 공사가 완료되면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거주민 가운데 20만명이 장벽 속에 갇히는 꼴이 된다.
이스라엘이 축조중인 보안장벽은 곳에 따라 팔레스타인 땅과의 1967년 경계선인 그린 라인을 20km까지 파고 들어간 곳도 있어 마을 주민의 가옥과 경작지, 나무 등을 마구 파헤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보안장벽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주민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 주민은 이산가족이 되고 검문소까지 먼거리를 돌아 목적지를 가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학생들은 장벽 너머로 등교하느라 애를 먹고 있으며 식품과 식수 등 생필품의 운송도 검문절차가 까다로워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다.
일부 지역은 앰뷸런스조차 멀리 우회해야 돼 환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스라엘 군당국은 빈번하게 통행금지 조치까지 내리고 있다고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비난하고 있다.
동예루살렘의 인접 도시인 인구 2만5000명의 아부 디스에 건설된 장벽은 알 쿠알 대학교의 교정을 두 동강내면서 축조되고 있어 팔레스타인 학생들이 지난 9월 초에 학교 운동장에서 철야 항의 데모를 벌이기도 했다.
아부 디스의 치안요원인 마피아드 살레 아부 히랄은 “이스라엘은 남의 땅을 마음대로 빼앗은 것도 모자라 자기들 멋대로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가자지구의 경우 10여개의 정착촌(定着村)에 거주하는 5000여명의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주요 간선도로 곳곳을 차단하는 바람에 팔레스타인 사람 130만명은 통행의 자유를 침해 당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당국은 이같은 조치와 장벽 구축이 이스라엘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강압조치는 역효과만 부르고 있다. 요르단 서안지역내 인구 1만8000명의 도시 아리엘의 론 나흐만 시장은 “보안장벽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만 키우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아라파트 암살부대 운영>
''엔테베 특공대''가 맡아…납치 실패땐 사살

이스라엘 정부가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의 최대 장애물로 낙인찍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축출하기 위해 작전을 세워놓고 군사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유엔이 아라파트의 축출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이후 이 계획은 잠정적으로 보류상태에 들어갔지만 사태가 악화되면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텔아비브 동쪽 크파 시르킨의 군 기지에 있는 이스라엘군의 최정예 767특수부대는 아라파트 수반의 축출을 위한 특공작전 훈련을 실시한 지 이미 오래다.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지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 있는 아라파트 수반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를 급습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최대 20명의 정예요원으로 구성된 특공대는 CH-53 헬리콥터로 자치정부 청사로 진입, 폭약으로 청사에 구멍을 내고 전광석화처럼 진입, 5분 이내에 74세의 아라파트 수반을 납치, 탈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대기중이다.
청사내에 20여명으로 추산되는 경호원들이 완강하게 저항하면 이들을 제거하고, 최악의 경우 아라파트 수반까지 사살한다는 시나리오를 짜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단계의 추진에는 후유증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돼 이스라엘 정부도 겉으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안보 각의에서 이미 승인이 나있는 이 작전 계획이 실현돼 납치에 성공하면 아라파트 수반은 리비아나 수단 등 이스라엘에서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지역으로 추방될 예정이다.
이스라엘군은 아라파트 납치가 성공하거나, 또는 사살될 경우,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발생할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봉기에 대비해 예비군을 포함한 4만5000명에 달하는 3개 사단 병력을 가자지구로 투입, 3개 지역으로 분할, 상황을 통제할 계획도 세워 둔 것으로 밝혀졌다.
특공작전을 수행할 767부대는 이스라엘군 최정예로 1976년 다수의 유대인이 탑승한 텔아비브행 프랑스 항공기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납치돼 우간다 엔테베에 기착했을 때 전광석화 같은 특공작전을 펴 103명의 승객들을 구출한 신화를 남긴 부대로 명성이 높다.

<아리 쇼머 前 이스라엘 대통령 비서실장>
"총과 폭탄으로 말하는 팔人 장벽은 생명을 지키는 수단"

“이스라엘 국민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기를 원합니다. 중동 문제는 대화로 평화롭게 해결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아리 쇼머 전 대통령 비서실장(사진)은 유혈충돌이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쇼머는 중동평화를 가로막는 요인은 팔레스타인이 제공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우리(이스라엘)는 협상의 손을 내밀어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손을 오므립니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을 폭탄으로 무장시켜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팔레스타인 지도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표시하며 보안장벽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평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평화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습니까? 평화는 총격이나 폭탄 테러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테러분자들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보안장벽을 축조하고 있습니다.”
에제르 바이츠만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7년 반을 근무하고 현 모셰 카차브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6개월을 근무한 쇼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스라엘 정계의 마당발로 통하고 있다.
그는 퇴역 이스라엘 공군 중령으로 현재 사업가로 활약하고 있으며 지난해에 주 예루살렘 한국 명예 총영사로 임명됐다.
/예루살렘=남정호특파원
johnnam@segye.com

<사진>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를 에워싸고 있는 이스라엘의 보안장벽. 이스라엘군의 감시초소와 감시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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