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묻어나오는 목소리 탓에 그가 장난으로 스물일곱이라고 했어도 그대로 믿었을지 모른다. 그간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그처럼 믿게 하고도 남는 구석이 있다. 한창 발랄하게 들뜰 나이에 다소 무겁고 어두운 역할만 맡아서 슬프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전혀 속상하지 않다고 답한다. 지금까지 끈질기게 한쪽 면만을 보여주다가 최근 개봉한 영화 ''연애소설''에서 차가움을 벗고 발랄함으로 무장한 다른 쪽을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에게는 양면성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하루는 누군가가 ''오! 수정''의 베드 신을 ''잘 봤다''고 말했다. 여느 여배우였다면 중의적인 뜻의 그 말에 부끄러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냥 "네, 그러셨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머리 속으로 ''오! 수정''의 양수정을 떠올렸다. 영화 속의 그는 이은주가 아니라 양수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영화를 찍는 동안은 그 사람으로 산다''고 한다. 다소 준비한 듯한 대답을 내뱉는 이 배우의 나이는 이제 고작 스물둘이다.
1980년생에다 졸업과 함께 바로 데뷔를 해서 연애 한번 제대로 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딱 한번 사랑해 본 적이 있단다. 잘 안 맞아서 어긋났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겨 두었다고 한다.
그는 연예인치고는 수수한 차림이다. 흔한 목걸이나 반지 같은 액세서리 하나 붙이지 않았다. 특히 귀를 뚫지 않았다. 색깔은 검은색과 흰색 같은 무채색을 좋아하고, 치마보다는 바지를 좋아한다. 치마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기분전환을 위해 입는다.
그는 원래 피아노를 배우다가 연기로 전공을 바꿨다. ''연애소설'' OST에서 직접 피아노를 연주했고 ''오! 수정''이나 드라마 ''카이스트''에서도 연주 모습을 보여주었다. 14년 동안 피아노를 배웠는데도 아직 모자라다고 한다. 베토벤과 쇼팽, 모차르트는 솔직히 재미가 없다며 앙드레 가뇽이나 유키 구라모토 같은 뉴에이지 계열의 연주자들을 좋다한다. 한번은 앙드레 가뇽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부산까지 내려간 적이 있단다. 무대 뒤에서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았다.
"서울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아빠와 오빠는 군산에 계세요. 좋아하는 작품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제게는 가족이 우선입니다." 효녀 심청다운 고민도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11월 중 개봉예정인 공포영화 ''하얀 방''의 촬영을 마친 상태다.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중. /김신성기자 sskim6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