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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봉의 영화산책]''언페이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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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2-08-23 10:46:00 수정 : 2002-08-23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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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욕망을 일으키는 인간의 본능을 에드리안 라인처럼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는 영화작가는 많지 않다. ''나인 하프 위크''나 ''위험한 정사''에서 보여준 감각적 정사 신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언페이스풀''의 낯익은 소재에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뉴욕 교외에 살고 있는 중년의 부부. 남편은 멋지고 능력 있으며 아내를 지극히 사랑한다. 아내는 주위사람들로부터 착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역시 가정에 헌신적이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여자는 다른 젊은 남자를 만나게 되고 격정적인 성적 유희에 빠져든다.
이런 소재는 주간지 가십에나 등장할만한 너무나 낯익고 상투적인 것이어서, 저런 통속적 불륜 소재를 통해 무슨 새로움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감독이 에드리안 라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에드리안 라인은 섹스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것은 삼류 에로 감독들이나 반복해서 몰두하는 것이다. 그는 역시 대가답게 두 남녀가 섹스에 이르기까지의 섬세한 심리변화나, 섹스 후의 달라진 모습들을 감각적 영상으로 포착한다.
''아메리칸 지골로''의 섹스 심볼 리차드 기어는 이제 아내를 젊은 남자에게 빼앗기는 중년의 남자로 등장한다. 다이안 레인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의식하면서도 걷잡을 수 없는 성적 유희, 그리고 젊음이 주는 원초적 매력에 이끌리는 중년여인의 섬세한 감정변화를, 뛰어난 연기로 내면화한다. 첫 섹스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교차 편집으로 구성된 회상 신은 특히 일품이다.
에드리안 라인은 결정적인 부분에서 감각적인 클로즈업으로 관객의 숨을 가쁘게 한다. 아파트에 들어선 코니의 코트를 벗기면서 그녀의 목덜미에 닿는 폴의 손, 욕조에 누워 나른하게 섹스의 감촉을 음미하는 코니의 모습을 보라.
범죄를 저지른 후 경찰서 앞에 오래도록 멈춰 있는 부부의 차를 롱샷, 다시 익스트림 롱샷으로 잡으면서 최후의 결론은 관객들의 선택에 맡기는 결말 처리도 뛰어나다. 아내의 외도, 불륜이라는 상투적 소재에 양념을 쳐서 이렇게 훌륭하게 버무릴 줄 아는 에드리안 라인의 시선에 우리는 오래도록 붙잡히지 않을 수 없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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