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회로로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저러다가 다치면 어쩌나 하고 가슴을 조리던 순간이었다. 필름은 즉각 일본TV에까지 소개되어 몇차 례나 이 용감한 한국처녀의 활약을 방영했다.
전후 일본에서는 『질겨 진 것은 나일론 양말과 여성』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불의를 보고도 외면 하는 사회풍조 탓인지 아나운서는 연신 무용담을 해설하기에 바빴다.
그 시간에 TV에서는 미국의 한 슈퍼마켓에 침입한 강도와 상점점원간의 평화로운(?) 장면을 소개해줬다. 강도가 돈을 내라고 하자 순순히 줬고 마지막에는 서로 「안녕」이라는 작별인사까지 나누는 모습이었다. 마치 맡겨둔 돈을 찾아가는 것처럼 모든 일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따 지고 보면 흉기를 든 강도에게 덤비는 일은 무모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돈 지킨다는 생각만 했다」는 용기는 경제위기와 함께 찾아온 맹렬여성시대를 예고하는 것 같아 박수를 보낼 만했다.
때마침 엊그 제는 공사에 이어 육사개교 이래 처음으로 여생도 24명이 입교해서 여 성시대를 더더욱 실감케 했다. 입학식에서 남자생도와 함께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은 힘차고 늠름했다.
곳곳에서 여성은 과거의 선입견을 딛고 남자 이상으로 활약중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는 아직도 가정에 대한 여성의 무조건적 희생만을 미덕으로 여긴다. 곧 여성의 사회진출은 가 정을 망치는 행위로 매도하는 풍조가 남아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가 여성권익 향상을 위해 기여한 디딤돌로 서울대 교수 성희롱사건에서 여성 조교의 승소판결을 내린 대법관을 뽑았다.
여성의 차별은 여성의 적극 적인 사회참여로만 무너뜨릴 수 있다. 이 어려운 경제위기에서 여성이야 말로 가정은 물론 국가적인 위기를 구할 수 있는 힘을 과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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