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으로 시집와서 살고 있는 중국교포여성들이 남편과 함께 서울 에 모여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자그마치 20쌍이었다. 어느 방송에 선가 중국교포처녀 위장결혼을 지나치게 확대보도했기 때문에 주위의 따가 운 시선을 참을 수 없었다는 호소였다. 또 가까스로 장가 든 농촌총각 들도 「네 아내는 안 도망갔느냐」는 가족 친지들의 노골적인 의심 때문 에 견딜 수 없다는 하소연을 털어놨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잘 사는 부부들이 더 많다』고. ▼중국교포들에게 한국은 돈벌이를 하는데 가장 좋은 나라다. 문화가 똑같고 어디를 가든 말이 통하기 때문에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입국이 그리 쉽지 않아 교포들은 더러 편법을 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위장결혼이다. 과거 미국에 가 기 위해 이민희망자들이 흔히 썼던 수법과 똑같다. 즉 미국인과 결혼만 하면 저절로 시민권이 굴러들어 온다는 얄팍한 계산이었다. ▼중국교포 불법입국을 알선하는 위장결혼회사가 적발됐다. 국내취업을 바라는 중국 교포여성을 위장결혼시켜 입국시키고 거액을 챙겼다는 것. 그러나 교포들 은 곧바로 헤어져 일자리를 향해 흩어졌다고 한다. ▼지금까지 연변처녀 와 한국 농촌총각의 짝짓기 숫자는 수천쌍이 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또 정상적인 결혼 후에도 가출하는 교포들이 많아 두 사회에 많은 문제점 을 남기고 있다. 중국을 탈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장결혼이 이용되어 때로는 조선족사회의 이혼율을 높이는 원인도 된다는 분석이다. ▼위장결 혼이 늘어나는 원인은 한국과 연변지역 결혼상담소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하 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상담에 대한 두 나라의 통제와 결혼당사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한국취업을 바라는 교포들을 위한 일 자리알선이 앞서야 할 것이다. 중국교포는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도 자신 을 지키며 살아남은 한민족이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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