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는 사할린을 된소리로 표기해서 「싸할린」이라고 부른다. 그 저 사할린이라고 부를 때보다도 싸할린이라고 하면 한이 한곳에 몰려 한 숨을 짓는 듯한 땅으로 떠오른다. 이 변두리의 땅에는 일제에 의해 강 제로 노무자로 끌려간 한국인과 자손들이 3만6천여명이나 살고 있다. 그곳 동포들은 일본 홋카이도(북해도)와 사할린을 잇는 소야(종곡) 해 협의 바다물이 조선인의 한숨과 눈물로 출렁인다고 믿는다. ▼유형의 땅 이었던 사할린에 진도 7.5도의 강진이 엄습해서 인구 3만5천명의 네 프테고르스크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곳곳에서 치솟는 시뻘건 불길이 하늘 을 붉게 물들이고 건물에 깔린 3만명의 신음소리가 마치 「인류 최후의 날」처럼 처참하게 들렸다고 한다. 러시아정부는 『이는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라고 진단,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 동 포들의 피해는 아직까지는 없다고 하니 불행중 다행이다. ▼흔히 천재지 변은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 러시아과학자들은 일본 고베 대지진 발생후 사할린에서도 유사한 지진 이 일어날 가능성이 80%나 있다고 진단했었다. 그러나 자금부족으로 10여개 지진관측소가 문을 닫아 구체적인 분석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 네프테고르스크 건물들은 지난 60년대에 지진측정단위로 7 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으나 실제 아파트들은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고 벽돌을 조립식으로 쌓았기 때문에 많은 희생자를 낼 수밖에 없었 다. 지진에 대한 대비가 매우 소홀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질학적 으로 비교적 안전하다는 유라시아판에 위치해서 지진위험이 적다고 한다. 그러나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나 방재설비가 전무한 형편이어서 리히터규 모 4∼6미만의 중진에도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 다. 관동 대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한 고속도로나 철도가 맥없이 무너진 일본 고베 지진의 교훈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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