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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멘클라투라(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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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1991-08-21 07:30:00 수정 : 1991-08-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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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의 노멘클라투라는 영어의 노멘클레이처(Nomenclature)와 뜻이 같으며 식물에 관한 분류학에서 유래한 말이다.이것이 다시 「명단」이라는 뜻을 파생하게 되었는데 소련에서 노멘클라투라라고 하면 명단에 올라 있는 특권계층을 가리키게 된다.소련에서 노멘클라투라의 존재가 서방세계에 알려져서 시사용어로 자리잡은 것은 대체로 70년대초인가 싶다.
흔히 소련에서는 공산당의 핵심간부와 군의 고급장교,그리고 KGB가 권력을 지탱하는 중추이므로 이들이 노멘클라투라의 중심세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하긴 공산당 정치국원은 노멘클라투라 가운데서도 제일가는 특권층이기 때문에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각종의 혜택을 누린다.이를테면 흑해의 휴양지 크림반도의 라차(별장)에서부터 고급승용차나 항공편등 교통편의,그리고 최고급 주류와 전용백화점등 각종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그러나 소련을 지탱하는 비대한 관료기구 전체가 당간부나 비밀경찰 못지 않게 특권을 누리는 수혜자들이고,그만큼 부정과 부패가 만연해 있다.
이들이 모두가 노멘클라투라일 수밖에 없는 것은 소련 통치기구의 특수성 때문이다.소련의 최고집행기구인 각료회의 예하에는 고스플란(국가계획위원회)이란 기구가 있는데 여기에서 모든 콜호즈(집단농장)와 기업소(우리의 기업체에 해당)를 통할한다.2억9천만명의 소련인민을 먹이고 입히며 잠재우는 일,곧 자원의 배분,노동력의 배치와 생산량의 할당및 유통구조를 통할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그리하여 말단기업소나 집단농장의 지배인에 이르기까지의 간부직에 종사하는 인원을 모두 합치면 엄청난 숫자에 이르게 된다.이들이 모두 자기 직분에 상응하는 공식적 특권을 향수하는 동시에 암암리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사사로운 이득을 얻는다.
고르바초프를 권좌에서 밀어낸 8인의 국가비상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이들 노멘클라투라세력의 대표라 할 수 있다.쿠데타의 명분이 흔들리는 국가의 지위를 바로잡고 파탄 직전의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실제로는 기득계층인 보수세력이 과거의 「좋았던 시절」에 대한 집착에서 개혁의 도도한 물결을 거스르는 역사의 반동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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