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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1년째 ‘죄인’으로 사는 5·18 유공자

입력 : 2021-05-18 06:00:00 수정 : 2021-05-17 21: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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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기소유예자들
‘광주 참상’ 신문 돌리다 체포
범죄 혐의자 낙인 평생의 한
수사기록 찾아 재기수사 신청
軍검찰 “檢과 협의” 결정 미뤄

5·18민주화운동 당시 국민들에게 정부의 불법행위를 알리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민주화 유공자가 국방부에 사건을 다시 수사해줄 것(수사재기)을 신청했다. 정부는 그간 군과 민간을 막론하고 사법 영역에서 처리된 피해는 적극적인 구제 노력을 펼쳤지만 군과 민간검찰, 경찰 등 행정부 단계에서 벌어진 불법구금과 고문 등에 대한 피해 구제엔 손을 놓고 있었다. 결국 피해자가 직접 기록을 찾아 40여년 만에 해결에 나섰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법회의 산하 군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한 안평수(72·사진)씨는 최근 국방부검찰단(군 검찰기관)에 재기수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안씨는 신군부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인 이른바 ‘광주일고 불온유인물 제작살포사건’의 주인공이다. 안씨는 한 달여간 서울 주요 지역에서 광주의 진상을 담은 신문 보도 등을 대량 복사해 배포하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포고령 10호 위반, 불온 유인물 살포 혐의다. 안씨는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던 중 광주의 실상이 기록된 동아일보 검열 전 초판(1980년 5월22일자 1면)과 AP·AFP·슈피겔 등 외신 번역문을 복사해 고교 동문들과 서울 주요지역에 살포했다. 안씨와 동료들은 광주의 진실을 담은 신문 등을 입수해 복사한 후 서울시내에 뿌렸다. 신군부는 이들이 정치·언론계와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고문 등을 했으나 안씨가 침묵하자, 군검찰은 기소유예(피의사실이 인정되나 상황을 참작해 소추할 필요가 없는 경우 내리는 처분) 결정했다.

 

안씨는 최근 명예회복을 위해 법무부와 안양교도소를 뒤져 수사와 수감 및 출소 기록 등을 찾아내 부당한 처분을 없애려 했지만 난관에 부닥쳤다. 군검찰은 “민간검찰과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역시 3월12일엔 서울중앙지검이, 5월17일엔 대검찰청이 각각 서류 접수를 거부했다. 이런 경우 검찰은 일단 서류를 접수하고 군검찰로 넘긴 뒤, 군검찰에서 재기한 수사를 건네 받아 무혐의로 종결하면 된다.

그렇다고 군과 검찰이 잘못된 대응을 한 건 아니다. 기소유예를 포함한 불기소 사건 자료는 공소시효 기간까지만 보존하면 된다. 또 이런 경우의 재기수사 절차가 따로 규정된 것도 아니다. 결국 안씨는 법적으로는 ‘유공자이자 범죄 혐의자’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우리 사회가 5·18민주화운동 관련 특별법의 범위 밖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구제에 미흡했다”며 “정부는 관련 사건에 대한 처리 절차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가 취재에 들어가자,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민원실 담당자들이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5·18 시국사범 관련 기록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고, 군검찰 역시 “관련 수사기록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별기획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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