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정보의 생명은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기재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한국물가정보의 관행은 상식에서 벗어난다. 현장에서 직접 조사한 거래실례가격이 아니라 해당 제품의 생산자가 전해준 공표가격을 활용하는 간접조사를 채택해서다. 이럴 경우 업계의 이해가 반영된 가격이 여과장치 없이 한국물가정보의 이름으로 공신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조달청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모든 가격을 다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가격을 조사할 수 있는 민간에 일부 기능을 넘긴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물가정보나 한국물가협회 등의 가격은 업체의 요구를 반영해 시중에 비해 높게 책정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조달사업에서는 조달청장이 조사·통보한 가격, 가격조사 전문기관이 공표한 가격, 계약담당 공무원이 2인 이상의 사업자를 대상으로 당해 물품의 거래 실례를 직접 조사·확인한 가격 중에 하나를 사용한다.
감사 결과는 과연 전문가격조사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도 의심케 한다. 강원도를 담당하는 강릉지역 사무소의 경우 직원이 1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가격정보 생산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격정보 결정을 담당하는 임원은 비공식 회의에서 중요 결정을 내리고, 가격조사 요원들은 변변한 교육기회도 없다.

법인카드를 업무추진 목적외에 사용하거나 한도 초과사용 등 부적정하게 집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기재부는 “감사가 독립적 지위에서 견제역할을 하도록 이사회 참석 등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업무추진비 집행지침을 개정해 업무추진 목적외 사용, 초과사용 등이 없도록 조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해 4~5월 또 다른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협회에 대한 정기감사를 실시, 법규정 위반사항 등을 적발하고 기관경고(1회), 기관주의(2회), 기관시정(3회), 개선통보(11회) 등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물가협회는 회장의 아들을 채용하면서 관련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회장의 동생과 도급계약을 맺으면서도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등 복마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세종=이천종·안용성기자 sky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