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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엄마 배속에서부터 HIV 감염… 고아원서도 거부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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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1 06:00:00 수정 : 2015-11-21 09: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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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에이즈… 구호단체서 도움
8살때부터 성매매 구출된 아이도
HIV 보균 아동만 6000명 달해
네티(가명·10·여)를 만난 건 지난달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공립병원에서였다. 네티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병원 한편 무채색 의자에 앉아 색깔이 알록달록한 그림책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영어로 쓰인 ‘겨울왕국’이었다. 책이 재밌냐고 말을 걸자 수줍은 듯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티 옆에 앉아있던 서양 여성이 “영어를 잘 읽지 못하지만 이 책을 좋아해 늘 들고 다닌다. 주인공이 엄마, 아빠가 없다는 것을 알고 더 좋아하더라”고 대신 설명했다. 그녀는 네티가 지내고 있는 종교단체의 자원봉사자다. 네티는 한 달에 한 번 자원봉사자와 병원에 와 진료를 받고 약을 타 간다. 네티의 작은 몸 안에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즉 에이즈를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 엄마와 아빠도 모두 에이즈로 생을 마쳤다.

네티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엄마 배 속에서 HIV에 감염된 채 세상에 나왔고, 3살 때 엄마가 생을 달리하면서 고아원으로 보내졌지만 고아원에서 HIV 감염 아동을 거부하는 바람에 종교단체에 맡겨졌다.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에이즈에 감염됐는지, 아빠가 언제 숨졌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그래도 네티는 운이 좋은 편이다. 단체에서 치료를 제때 지원받아 건강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HIV에 감염됐더라도 약을 먹으면서 건강관리를 잘 하면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

20일 유엔 산하 기구인 유엔에이즈에 따르면 네티처럼 HIV를 보유한 14세 이하 아동은 캄보디아에 작년 말 현재 60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캄보디아에서만 200여명의 아이가 에이즈로 죽었다.

14세 이하 HIV 감염아동(2014년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260만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15만명이 숨졌다. 아동을 포함한 HIV 감염자는 4000만명으로, 지금까지 2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네티와 같은 단체에 살던 젤라(가명·12·여)는 운이 좋지 못했다. 젤라는 고아가 된 뒤 성매매업소에 팔려가 8살 때부터 성매매를 하다 구출된 아이였다. 성매매로 에이즈에 감염돼 치료를 받았지만 올해 초 세상을 떠났다. 단체에 왔을 때 이미 몸이 꽤 쇠약해진 상태였다고 했다. 네티는 자신의 몸에 있는 바이러스가 엄마, 그리고 같이 놀던 언니의 목숨을 앗아간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저 날마다 약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네티와 젤라는 ‘겨울왕국 놀이’를 자주 하곤 했다.

젤라는 늘 언니인 ‘엘사’, 네티는 동생인 ‘안나’ 역할이었다. 젤라가 다른 곳으로 간 것이란 어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 네티는 “나중에 크면 언니를 만나러 갈 거야”라고 말하곤 한다. 간호사가 이름을 부르자 네티는 익숙하다는 듯 의젓하게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자에 놓인 겨울왕국 그림책에는 엘사와 안나가 껴안아 마법이 풀리는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프놈펜=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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