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외신에 따르면 해킹팀 설립자 다비드 빈센체티는 인권 억압국인 리비아에 도·감청 시스템을 판 사실에 대해 “판매 당시에는 리비아가 (서방 민주 국가의)좋은 친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집트, 에티오피아, 모로코 등 인권 탄압국으로 비판받는 나라에 도·감청 서비스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도 “각국의 정치지형도는 계속 변한다”며 “에티오피아 정부가 언론인을 사찰하는 데 갈릴레오(해킹팀 도·감청 시스템)가 사용된 사실을 알고 2014년부터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킹팀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해킹팀을 공격한 해커 그룹이 별도로 폭로한 해킹팀 내부 문서에 따르면 해킹팀은 도·감청 시스템인 갈릴레오 등의 악용 가능성과 이에 따르는 문제점을 인식한 상태에서도 영업에만 치중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국경없는기자회, 시티즌랩 등에 의해 해킹팀이 ‘인터넷의 적’으로 지목된 후인 2014년 다비드 빈센체티는 자사 직원에게 회람시킨 문서에서 “비영리단체 등 운동가 그룹이 (해킹팀 같은)외국의 작은 IT 기업을 비판하는 건 쉽겠지만, 각국 정보기관 등을 비판하는 건 어렵고 위험하며 특히 독재국가를 비판하는건 복잡하며, 위험하면서도 그들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누구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고 완전하게 인권 측면에서 깨끗한 ‘민주’국가가 있으면 단 하나라도 이름을 대봐라”라고 독재국가를 상대로 한 영업을 합리화했다.
이탈리아 밀란에서 2003년 설립된 해킹팀의 직원수는 약 40명으로 알려졌다. 2013년 국경없는기자회에 의해 4개 유사업체와 함께 ‘인터넷의 적’으로 지목됐다.
2014년 주력 상품인 ‘갈릴레오·리모트컨트롤시스템(RCS)’의 성능이 자세히 공개되면서 시민단체 등의 집중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2014년 가을 이탈리아 정부가 인권 탄압국에 대한 해킹팀 제품 수출을 금지했으나 이 조치는 얼마 못 가 철회됐다. 이번 폭로 문건에는 이 과정에서 해킹팀의 로비가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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