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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10년도 못산다던 의사들…우리 아들은 누구보다 행복해요"

입력 : 2015-07-11 14:03:00 수정 : 2015-07-11 14: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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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지도 서지도 말도 못할 거라 했다. 의사들은 10년을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소중한 아들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다행히 응원 물결이 온라인에서 형성됐다. 그래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호주에 사는 생후 18개월 된 오웬 제임스 이야기다.


오웬은 ‘뇌회결손(腦回缺損·Lissencephaly)’ 환자다. 일반적인 뇌는 주름이 형성되지만, 뇌회결손은 말 그대로 뇌 표면이 매끄럽다. 태아 단계에서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탓이다. 통상 태아의 뇌 형성 시 바이러스 때문에 뇌회결손이 발생한다고 하지만, 원인은 불분명하다. 뇌회결손 환자는 정신지체나 사지 경직 등의 증세를 일으킨다. 불치병이나 다름없어 뇌회결손 환자는 길어야 수년밖에 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12월에 태어난 오웬은 처음에는 건강해 보였다. 그러나 생후 2개월이 지났을 무렵,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울음을 한 번 터뜨리면 좀처럼 멈추지 않았으며, 다소 난폭한 행동을 보였다. 가끔은 눈앞의 장난감도 제대로 집지 못했다. 오웬의 아빠 타이린과 엄마 빈센트는 아들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다.

“임신 내내 의사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정상적으로 아들을 낳았고요. 그런데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지났을까. 아들이 앞에 놓인 장난감을 잘 잡지 못하더라고요. 바로 앞사람이나 물체를 바라보지도 못했어요.”


생후 3개월이 됐을 무렵, 아들을 병원에 데려간 두 사람은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MRI, 뇌파검사 결과 의료진이 오웬에게 뇌회결손 진단을 내린 것이다. 의료진은 유전적 문제로 오웬의 뇌에 기형이 왔다고 설명했다.

빈센트는 “오웬의 뇌가 달걀처럼 변해 10년을 못 산다고 했다”며 “일반 뇌에는 주름이 많지만 아들의 뇌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뇌 기형 때문에 아들의 시각과 사지마비, 전체적인 신체 발달에 문제가 올 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머리를 지탱하는 것도 어려우며, 앉고 서고 기어가는 것 그리고 말을 하거나 감정표현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료진의 말은 부부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들을 살리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이제 막 태어난 아들이 힘없이 병 앞에 무너지는 걸 바라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어떤 장애물이든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부부는 감정표현 불가로 스스로 아들이 웃을 수 없다면, 직접 아들을 웃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아들을 잡은 채 하늘로 치켜올리는 방식으로 즐겁게 만들어줬다. 다행히 오웬은 두 사람의 노력 덕분에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웬이 스스로 앉는 게 10여초에 불과했지만, 이들은 그것마저도 감사하게 여겼다. 또래 아이들에 비하면 현저히 짧지만, 아들이 스스로 앉을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뒀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두 사람에게는 큰 희망을 품게 하는 순간이었다.

“종종 다른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들이 할 수 없는 걸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으로 살려 노력해요. 남들에게 당연한 일을 해내려 아들이 노력하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타이린과 빈센트는 아들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 덕분에 힘을 얻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오웬 부족(Owen's tribe)’으로 자신을 명명한 네티즌들은 치료비 마련을 위해 자선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가 하면, 특별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제작해 오웬을 응원한다.

부부는 응원을 보내주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빈센트는 “우리를 격려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사실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며 “길을 걷다 오웬을 위한 티셔츠를 입은 사람을 보면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네티즌들의 응원은 남편과 내게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타이린과 빈센트는 6개월마다 아들을 시드니와 멜버른에 있는 치료시설에 데려간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이들은 오웬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두 사람은 호주에 치료시설이 없다면, 미국까지 갈 생각도 했다. 이들은 아들을 치료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긍정적으로 살려 하지 않으면 그만큼 추락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그러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 목표를 이루게 도와줄 거예요. 모두 힘을 합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우리 아들은 많은 이들 덕분에 행복하고 당당한 아이가 될 거예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owenjamesdicandilo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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