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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국민성금도 바로 세우자] 세월호 유족 상속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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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친권 내세우는 부모들… 세월호 유족 상속법 딜레마
십수년간 양육비는커녕 연락조차 없다 숨진 자식 사망 보험금을 수령한 비정한 부모 논란은 세월호 이전에도 있었다. 2010년 10월 천안함 침몰사고와 지난 1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에서도 자식 사망보험금을 두고 이혼한 부모간 소송이 벌어졌다.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세월호 사고 피해가정도 향후 사상최고 규모로 걷힌 국민성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비슷한 전철을 밟을 전망이다. 현행 법이 자식 양육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따지지 않고 친권을 가진 생물학적 부모에게 법정상속인으로서 권리를 똑같이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육기여도를 인정하지 않는 한부모·조손가정의 자녀 사망보험금 문제는 대형 재해재난 사고뿐 아니라 일상 교통사고 등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이혼 증가 등으로 한부모, 조손 가정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양육 기여도를 단순히 ‘기른 정’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법적 보호가 필요한 권리로 적극 보호해줘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12명의 유가족을 배려해 피해 보상금이나 보험금 문제를 뒤로 미뤄왔다. 그러나 희생된 단원고 학생의 일부 비양육 부모들이 먼저 보험금의 절반을 타가거나 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세월호 비극이 법정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진은 안산시 단원구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이 제단에 안치된 희생자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비양육 부모의 자녀 상속금 챙기기


비양육 부모의 상속법상 권리에 대한 논란이 불붙은 건 천안함 침몰 사고 때다. 고 신모 상사의 생모가 28년 만에 나타나 사망보상금과 국민성금 등 3억원을 받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논쟁은 자녀 양육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양육에 기여하지 않은 생물학적 부모에게 자식 앞으로 나온 보험금을 줘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당시 숨진 신 상사가 두 살 때 집 나간 후 연락을 끊었던 생모는 국가보훈처에서 지급한 군인사망보상금 2억원과 군에서 가입한 단체보험금 1억원에서 각각 절반을 가져갔다.

이후 매달 지급되는 월 80만원의 군인유족연금 중 40만원을 꼬박꼬박 탔고, 국민성금 5억원에까지 손을 뻗쳐 1억5000만원을 받았다.

결국 홀로 아들을 키웠던 신 상사 부친은 전처를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청구 소송과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전처가 보상금 절반을 받는 대신 군인연금은 포기하는 법원의 조정안을 양측이 받아들이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고 정모 병장 어머니 역시 22년 만에 나타나 보상금 절반을 타간 전 남편을 상대로 양육비 청구소송을 내 법원 조정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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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 때 자식과 20년 넘게 인연을 끊다시피 했던 젊은 군인의 비정한 부모들은 상속권자로서 법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국민 성금도 탐냈다.

당시 성금 모금 주체였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민여론을 감안해 이혼 후 양육에 기여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성금을 배분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고 신 상사 경우처럼 친권자가 법정에서 권리를 주장하면 일부를 지급할 수 밖에 없다.

자식을 떠났던 부모들의 상속금 챙기기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때도 마찬가지다. 희생자 윤모(19)양의 아버지는 12년 전 이혼한 생모가 갑자기 나타나 보상금 5억9000만원에 대한 절반의 권리를 주장해 현재 법정에서 시비를 다투고 있다.

세월호 침몰로 희생당한 250여 안산 단원고 학생 중 이혼 등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 및 조손가정 학생은 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4월 22일 숨진 딸 발인이 끝나자마자 12년간 연락이 끊겼던 친부가 보험금을 타갔다.

혼자 딸을 키워온 어머니가 개인적으로 든 생명보험에서 나온 사망보험금 5000만원의 절반을 보험금 한 푼 안 낸 친부가 타간 것이다. 친부는 이외에도 단원고 학생들이 가입한 동부화재 단체여행자보험의 사망보험금 1억원과 청해진해운이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에서 지급될 3억5000만원에도 50%의 지분을 갖게 된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현재까지 두 가정이 보험금을 절반씩 가져갔고, 열 가정은 한 쪽만 수령해 간 상태”라며 “사망확인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만 챙겨오면 보험사로서는 안 줄래야 안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양육 기여도 외면하는 상속법

남처럼 지내던 비양육 부모가 자식 사망 보험금을 타 갈 수 있는 것은 민법상 상속순위 때문이다. 민법 제1000조는 상속순위를 1순위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 2순위 직계존속(부모), 3순위 형제자매 등으로 정해놨다.

단원고 학생처럼 결혼하지 않아 배우자도, 자녀도 없는 미성년자가 사망하면 친권자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각각 50%씩 상속권이 주어진다. 조부모가 키웠더라도 부모 상속권이 우선이다.

손해보험협회 고봉중 부장은 “이혼하고 모친 혼자 키우던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해 보험금이 나와도 양육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부친에게 똑같이 보험금을 나눠줄 수밖에 없다”며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이런 사례가 점점 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 부장은 “개인 보험의 경우 계약할 때 수익자를 지정하면 되는데 어린 자녀 앞으로 보험을 들 때는 이를 잘 안 한다”며 “보험설계사나 부모나 ‘자녀가 사망하면 누가 보험금을 받나’는 질문을 안 하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안산 단원고 사례처럼 개인별 가정사를 따질 수 없는 단체보험이나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상대방측에서 지급하는 배상책임보험은 수익자 지정 없이 일괄적으로 법정상속인, 즉 민법상 상속순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보험업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양육 기여도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상속법의 한계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천안함 침몰 당시 비정한 부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무소속 송훈석 의원이 군인 사망시 이혼한 부모나 조부모에게 부양·양육 기여도 등을 고려해 유족급여를 차등지급도록 하는 군인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무관심 속에 자동 폐기됐다.

◆일부 연금은 양육기여도 인정

양육기여도를 반영하지 않는 상속법과 달리 국민연금법이나 산재보험법,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은 실질적인 부양자, 양육자 등을 따져 보상금을 지급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가입자가 사망하면 유족에게 주는 연금의 상속순위는 민법을 따르되, 가입자가 사망할 당시 생계유지를 같이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다. 생계유지는 동거 여부로 판단하는데 학업이나 취업, 사업 등 피치 못할 사정을 제외하고 함께 살지 않은 가족은 원칙적으로 상속에서 배제시킨다.

업무 수행 중 사망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산업재해보상금도 사망 당시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배우자-자녀-부모-손자녀 및 조부모 순으로 상속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도 사망 당시 공동생활을 하던 사실혼 배우자가 1순위로, 실질적으로 생계를 같이 해야 상속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 상담을 맡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오지원 변호사는 “부모가 사망하면 부모를 봉양했던 자녀의 기여분을 인정해 다른 자녀보다 상속재산을 더 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것을 자녀가 사망했을 때 적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과거에는 양육의 노동가치를 폄하했지만 이제 점차 인정되는 분위기인 만큼 사회적 합의만 있다면 자녀 양육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성준·김수미·오현태 기자 specials@segye.com

[정정보도문] '12년 만에 나타나 딸 보험금 챙긴 아버지' 관련

세계닷컴 지난 6월 15일자 홈페이지 사회면 “[세월호, 국민성금도 바로 세우자] 세월호 유족 상속법 딜레마” 제목의 기사 중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4월 22일 숨진 딸 발인이 끝나자마자 12년간 연락이 끊겼던 친부가 보험금을 타갔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당사자인 친아버지는 이혼 후에도 양육비를 자신이 직접 또는 희생자의 할머니 또는 고모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전달해 왔으며, 딸과 가족모임, 여행에도 동참한 사실이 있어 10년 넘게 연락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이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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