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단체 등 공훈록과 달라 순국선열들의 애국적인 활동을 기록하고 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현충원 애국지사묘역의 묘비들이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 안장된 묘비 79기에 적힌 기록이 국립현충원 사이버추모관의 공훈록과 다른 것으로 5일 드러났다. 이는 세계일보가 처음으로 묘비 214기를 전수조사한 결과이다. 두 자료를 대조·분석한 결과 37%가 다르거나 틀렸다.
묘비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현충원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한번도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 매년 수만명씩 현충원을 방문하는 후세들에게 엉터리 현장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묘비명 오류는 선열들의 이름을 비롯해 소속단체, 사망 원인, 사건 발생 연도 등 다양했다. 특히 사건 발생 연도 오류가 48건이나 발견돼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애국지사의 소속단체 및 활동 내용이 공훈록과 다른 경우 21건 ▲이름이 잘못 표기된 경우 17건 ▲사망 원인이 잘못 기록된 경우가 6건이었다. 묘비명 표기가 두음법칙으로 공훈록과 다르게 표기된 비석도 발견됐다. 건국훈장이 추서된 연도 끝자리 표기가 없는 황당한 묘비도 발견됐다.
묘비에 잘못 기록된 역사적 사건이 현충일에 이곳을 방문한 학생들에게 혼란을 부추길 수 있어 조속한 수정이 필요하다. 일제시대 종로경찰서 폭탄투척의거는 1923년 발생했지만 일부 애국지사 묘비에는 1921년으로 적혀 있었다. 공훈록에도 1922년으로 잘못 표기됐다. 또 한 애국지사의 묘비에는 그가 1915년 ‘광복단’에 가입한 것으로 돼 있지만 공훈록에는 대한광복회에 가입한 것으로 기록돼 어느 것이 잘못된 것인지 헷갈리게 했다.
행적도 묘비와 공훈록 기록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묘비에는 “일본 경찰의 총에 사살됐다”고 적혀 있었지만, 공훈록에는 “전투 중 자결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고려대 강만길 명예교수는 “애국지사들을 국립묘지에 안장했으면 그분들의 행적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게 합당한 예우”라며 “애국지사의 비문은 한국의 역사 기록이므로 독립운동사 전문가들이 전면적으로 조사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형·이재호 기자 linea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