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의 어린 승무원 박지영씨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단원고 학생에게 입혀주며 구조에 애쓰다 숨졌다. “선원들은 맨 마지막이야. 너희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라는 말은 유언이 되고 말았다. 숨진 채 발견된 그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다. 박씨는 홀어머니와 여동생을 혼자서 부양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동생이 걱정돼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씨도 승무원의 도리를 다한 의인이다. 그는 아내에게 “길게 통화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어. 통장에 있는 돈은 큰아이 등록금으로 써”라고도 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악의 순간을 각오한 말이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단원고 남윤철 선생님의 행동에는 참교육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남 선생님은 비상구 쪽에 있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학생들을 구하려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난간을 잡은 채 학생 여러 명을 밖으로 끌어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 말이 더 가슴 아프다. 어머니는 슬픔을 감추며 “학생들 구하다가 의롭게 갔으니 그걸로 됐다”고 했다. 미어지는 가슴을 제자를 구하고자 한 아들의 마음을 되새기며 스스로 위안하는 ‘슬픈 어머니’의 심정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고인의 명복과 아직 찾지 못한 이의 생환을 간절히 빈다. 이들은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못난 선장’과는 전혀 다른 의인이다.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행동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용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보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을 의사자로 선정해 충분한 예우와 보상을 하고, 그들의 희생정신이 기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인을 추앙하고 의로운 행동을 귀감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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