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도 “이번엔 그냥 못 넘긴다” 목청
창설 반세기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국정원은 일단 남 원장이 ▲수사 관행 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고강도 쇄신책 마련 등을 약속하며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국정원 전직 간부들도 대체로 개혁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각론을 놓고는 천양지차였다.
여권 성향의 전직 간부들은 주로 대공수사 역량과 자체 감찰 기능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뒀다.
국정원 2차장 출신의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공안수사 역량 강화 ▲자체 감찰 기능 강화 ▲국정원 직원의 성과주의식 평가 재고 등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간첩 사건이 주로 동남아시아나 중국 같은 곳에서 이뤄지는데 그곳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장시간 내사를 하기는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서 베테랑 수사관 체제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허술했고 그러다 보니 일선 수사관들이 유혹을 느낄 때 지휘관들이 이를 체크하는 기능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안수사 강화를 위해 전문 수사요원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국장 출신의 이철우 의원도 “이번 수사를 보니 대공 수사관들이 많이 쫓겨난 결과 실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 같다”며 “대공수사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붕괴된 휴민트(인적 정보) 체제를 보강하고 현장 중심의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야권 성향의 전직 간부들은 대공수사권 이관과 인적 쇄신 등에 초점을 맞췄다.
국정원 법제관 출신의 이석범 변호사는 “주요 선진국 5개 정보기관을 보면 모두 수사와 정보 기능이 분리돼 있다”며 “효율성 때문에 통합으로 가다 보면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에서 수사권은 분리해 검사의 철저한 지휘관리를 받는 경찰로 이양을 해야 한다”며 “국정원의 대공수사국을 그대로 이전만 하면 되는 것으로 설계의 문제로, 그렇게 해야 전문성과 효율성이 향상돼 더 과학적인 수사기법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사과하며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그는 또 “원장 직속의 감찰실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며 “지역과 정치색에서 자유롭고 충성심과 정의감, 업무 추진력이 뛰어난 인물을 감찰실장에 배치해 자체 감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인사는 국정원을 잘 아는 원장의 등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정청래, 김현 의원은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장과 간사인 서상기, 조원진 의원이 대구시장 자리를 두고 싸우면서 정보위는 뒷전인 상황”이라며 “국민에 대한 책무를 조금이라도 고민했다면 두 사람은 당연히 (위원장 및 간사직을) 사·보임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서, 조 의원이 직무는 유기하며 자리는 고수하고 있다”며 “이들이 서울에 올 수 없다면 새정치연합 정보위원들이 대구에 내려가서라도 정보위를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압박했다. 정보위는 지난해 12월23일 새해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를 개최한 것을 마지막으로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천종·김채연·박영준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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