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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남 돈 떼였다" 성매매 신고 급증에도…

입력 : 2014-04-08 15:08:34 수정 : 2014-04-09 10: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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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초 서울 시내 한 경찰서에 50대 남성이 찾아왔다. 그는 “온라인에서 조건만남을 하기로 하고 10만원을 먼저 송금한 뒤 상대방과 연락이 끊겼다”며 “사기 혐의로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조사에 나섰지만 피해자의 돈이 대포통장으로 입금돼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검거에 실패했다. “성매매라는 명백하게 불법적인 일을 하려다가 사기를 당했기 때문에 수사하는 입장에서 찜찜한 생각이 들었지만 미수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사건을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7일 일선 경찰서 등에 따르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앱을 통해 ‘조건만남’ 등 온라인 성매매가 성행하면서 이를 위해 돈을 지급했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가 빈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는 “성매매 사기를 당했는데 신고를 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는 미수자를 처벌하지만 그 밖에 성인들 사이에 성매매는 미수자를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성매매 사기를 당하고 신고해도 성매매를 하려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는다.

7일 한 포털 사이트에 성매매 사기와 관련 상담글이 게시돼 있다.
지난 1월말 서울 강북의 또 다른 경찰서에서는 음란물 사이트에서 ‘조건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속여 1억여원을 받아 챙긴 범인이 검거되기도 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조사관은 “피해 금액이 커 범인을 구속하고 사건을 조사했다”면서도 “여러 사건들을 처리하느라 바쁜데 불법적인 일을 하려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까지 권리를 보호해줘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경찰서 지능팀의 A경위는 “인터넷에서 성매매 미수자에 대해 처벌 규정이 없어 신고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성매매 사기’를 경찰에 신고하는 것 같다”며 “심지어 1명이 비슷한 방법으로 4∼5번씩 사기를 당하고 신고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는데 국민의 치안을 위해 존재하는 경찰력이 낭비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김용화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사기를 당하지 않았으면 ‘성매매’라는 불법적인 일에 성공했을텐데 성매매 미수자의 고소권을 보장해주고 있는 상황은 넌센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성매매는 말 그대로 ‘돈을 주고 받는 행위’이기 때문에 돈이 오고 간 시점부터 성매매로 볼 수 있고, 실제로 미국과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미수자도 처벌하고 있다”며 “성매매를 보다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미수자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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