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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지구… 더 독해진 변종 바이러스 몰려온다

관련이슈 '녹색별' 지구를 살리자

입력 : 2014-03-05 19:28:36 수정 : 2014-03-06 10: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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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별' 지구를 살리자] ③ 시한폭탄 환경감염병
'시한폭탄' 환경감염병, 최악 상황 대비해야
1999년 미국 뉴욕에서 멀쩡하던 노인들이 이상한 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잘 걷지 못하고 정신이 흐릿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하나둘씩 늘기 시작하더니 이내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달이 지나서야 이들이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뇌에 염증이 생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중에 밝혀진 이 병의 정체는 ‘웨스트나일열’. 1937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웨스트나일 지역에서 최초로 확인된 바이러스가 62년 만에 아메리카 대륙에 모습을 드러낸 섬뜩한 순간이었다. 야생조류를 문 모기가 사람에게 전파하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그전까지는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 서아시아 지역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느닷없이 미국에 상륙했고, 그로 인해 2011년까지 32만5000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 가운데 1172명이 사망했다.

인류는 개선된 공중위생과 영양상태로 대규모 환자를 발생시키는 감염병을 끝내 극복한 듯 보였다. 1960년대 말 미국의 공중위생당국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감염병을 끝낼 시기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선언은 오래가지 못했다. 인류는 새로운 감염병들과 반갑지 않은 만남을 하게 된다. 지구촌 곳곳에서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세계보건기구(WHO)는 1999년 “정복한 듯이 보였던 질병들이 다시 위세를 떨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수의학자인 마크 제롬 월터스는 2003년 발간한 저서 ‘에코데믹’에서 “인류의 지구환경 및 자연의 순환 과정 파괴가 신종 감염병의 등장과 감염병 확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질병을 전통적인 의미의 전염병(epidemic)이 아닌 환경감염병(eco-demic)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센 게 온다’는 신호가 지속적으로 감지된다고 주장한다. 대비하지 않으면 환경감염병의 재앙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경고다.

◆따뜻해지는 지구의 위험

웨스트나일열은 기후 변화로 발생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대표적인 환경감염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에 아프리카에서 감염돼 들어온 환자가 신고된 바 있다. 그러나 2011년 러시아 등에서 들어온 철새 5마리에서 바이러스 항체가 확인됐고, 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모기종이 이미 국내에 존재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겨울철새와 여름모기라는 시차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후 변화로 철새 도래 시기와 경로, 모기의 유행시기와 분포가 변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의 전망에 따르면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유지할 경우 21세기 후반(2071∼2100년)에 한반도의 기온은 현재(1981∼2010년)보다 5.7도 상승한다. 이런 추세라면 일부 산간지역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의 지역과 황해도 연안까지 아열대 기후구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일수는 현재 7.3일에서 30.2일로 대폭 늘어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과 습도의 상승, 극심한 가뭄, 일조량 증가 등의 기후 변화는 감염병 발생과 관련이 아주 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5∼2007년 온도변화에 따른 렙토스피라증과 말라리아, 세균성이질, 장염비브리오, 쯔쯔가무시증 등 기후변화 관련 5가지 감염병의 발생을 예측했더니 기온이 1도 올라갈 때 4.3% 증가했다. 이 5대 감염병 치료비로 한해 70억∼83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돌변한 바이러스들


우리나라는 지난해 갑작스러운 진드기의 공격을 받았다. 30년 전부터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작은소참진드기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가진 살인진드기로 변한 사건이었다. 2003년 중국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도 감기를 일으키던 평범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 원인이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역시 상식을 뛰어넘는 환경감염병이다. 일반적으로 조류 바이러스는 조류에서만 감염을 일으키는 종간장벽이 있었다. 인체에 감염돼도 가벼운 증상만 남겼다.

그러나 최근 중국을 덮친 AI 바이러스인 H7N9은 2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355명의 확진 환자와 65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 바이러스는 오히려 가금류에서는 증상이 없고 사람 등 포유류에서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고 있다.

바이러스가 돌변한 원인을 두고 임종한 인하대 교수(환경의학)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환경이 나빠지면서 기존 병원균의 전염성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류 독감’의 저자 마이크 데이비스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는 밀집된 환경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들 사이에서 대규모 감염병으로 발전할 기회를 얻게 된다고 주장한다.

2009년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바이러스 H1N1의 예는 이를 뒷받침한다. 돼지독감(swine flu)이라고 불리는 신종플루는 돼지를 매개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돼지의 호흡기 상피세포에는 사람과 돼지, 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모두 달라붙을 수 있는 수용체가 있어 변종 바이러스가 생기기 쉽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최근 멕시코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양돈농장이 신종플루의 발원지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돼지 배설물은 병원균의 서식처이고 광범위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가 투여되는 환경에서 바이러스는 밀집한 숙주 사이를 순환하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환경감염병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이은경 상임연구원(한의학박사)은 “지금의 살처분과 격리, 대규모 방역과 같은 표면적인 대응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이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이기 때문에 공장식 가축 사육과 항생제 남용을 줄이고, 빈곤층에 감염병이 집중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적으로는 ▲조기 감시및 경보시스템의 구축 ▲역학조사를 통한 현황 파악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동물 사육환경 개선 ▲재난형 질병 대응체계 구축 ▲매개체 연구 강화 및 정보 네트워크 구축 ▲관련 전문가 육성 등의 과제가 주어져 있다. 일이 터진 뒤에 수습하기보다는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우리의 실정은 열악하기만 하다. 질병관리본부의 관계자도 “환자가 얼마나 발생했느냐가 기준이다 보니 그렇지 않은 질병은 초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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