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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안 "눈물은 8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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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2-16 10:22:46 수정 : 2014-02-16 10: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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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집중해야 할 후배들에게 미안"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빅토르 안은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5초325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3관왕에 오른 이후 8년 만에 맛보는 금메달의 기쁨이었다.

빅토르 안은 포효하면서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여자친구를 향한 세러모니를 펼친 안현수는 빙판 위에 키스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빅토르 안은 결승에서 같은 팀 동료인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32·러시아)와 선두 다툼을 벌이다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들은 다른 국가 선수들을 서로 견제해주다가 막판에 경쟁을 벌였고, 승리는 빅토르 안이 가져갔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 선수도 같이 결승을 뛰게 돼 최대한 같이 경쟁하면서 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들어가기 전에 이야기는 했었다"며 "큰 틀은 가지고 들어가되 할 수 있는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결과가 좋게 나와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너무 서로를 돕는데 집중하면 페이스를 잃을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준결승에서 러시아 동료와 함께 올라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결승에서 함께 메달을 땄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레이스를 마친 후 빅토르 안은 메달을 수확하지 못한 신다운(21·서울시청)을 안아주기도 했다.

그는 "승부를 떠나 한국 후배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4년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힘들지 않은 선수는 없다"며 "누구나 목표는 금메달이고, 목표를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밖에서 서로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의미로 안아줬다"고 설명했다.

이날 레이스를 마치고 눈물도 흘렸던 그는 "첫 날 메달을 따고도 많이 참았다. 눈물이 나는 것을 더 이를 악물고 참았다. 금메달을 따고 기쁨을 누려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8년간 금메달 하나 바라보며 운동한 시간이 생각났다. 8년이라는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그것에 대한 보답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눈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빅토르 안이 1500m에서 동메달을, 1000m에서 금메달을 수확하자 그의 귀화 이유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안현수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해 더욱 화제가 됐다.

빅토르 안은 "많은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 이야기를 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음들, 생각들을 올림픽이 끝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귀화하게 된 이유와 관련해 좋지 않은 기사가 나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빅토르 안은 "후배들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올림픽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한국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제가 말하지 않는 이상 그런 기사가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선수들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나는 좋아하는 종목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는 빅토르 안은 "운동을 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지 그것은 다 잊고, 환경을 위해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다"며 "운동 선수는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목표한 바를 이루고자 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빅토르 안은 "그 선택이 지금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자리가 의미있고, 뜻 깊다"며 미소를 지었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의 훈련 환경도 마음에 들었다면서 "큰 부상을 한 번 입었고, 아직도 무릎에 통증이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운동 안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운동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이 한국과는 달랐다"며 "맞춰서 하는 훈련을 하게 됐고, 체력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단거리 훈련을 많이 할 수 있게 돼 500m도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를 위해 노력해준 러시아 스태프들과 팀 동료들이 있다.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동료들이 많은 힘이 되어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딴 금메달과 이번 금메달은 확실히 다르다고 했다.

이번 금메달은 빅토르 안의 개인 통산 4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자 5번째 메달이다. 한국 국적을 유지했다면 '신궁' 김수녕(44)과 '쇼트트랙 여왕' 전이경(38)에 이어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가장 많은 금메달(4개)을 수확한 3번째 선수가 됐을 것이다.

그의 4번째 금메달은 운석우의 파편이 박혀있어 특별함이 더하다.

"결승선을 통과한 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하얗게 됐다"고 말한 빅토르 안은 "관중들의 함성소리에 큰 감동을 받았고, 그런 자리에서 메달을 따 감동받았다"고 고백했다.

빅토르 안은 "8년 만의 금메달이자, 올림픽에서 받은 4번째 금메달이다. 뜻깊고 의미있는 메달"이라며 "오늘 나오는 금메달은 특별해 욕심이 났다. 하지만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고 내 경기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은 그가 러시아대표팀에 합류한 후 쇼트트랙이 발전한 것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현재 러시아대표팀의 에이스인 빅토르 안은 "러시아에 처음 왔을 때에도 러시아 선수들은 생각보다 실력이 향상돼 있었다. 나도 배울 점이 있었고, 러시아 팀도 내게 배울 점이 있었다고 본다"며 "러시아에서 쇼트트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면 선수들도 힘을 받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과 힘을 합쳐서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레이스를 선보이겠다"며 "동료들이 힘들 때 많이 도와줬는데 계주를 열심히 해서 동료들과 다같이 웃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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