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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만점 받으세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7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제15지구 2시험장인 서울 종로구 계동 경복고등학교 정문에서 2학년 학생들이 수험생 선배를 응원하고 있다. |
"아침 일찍이 책가방 끼고 종점으로 종점으로 달려갔더니 무교동 버스 갈아타려는 학생들 눈동자는 말똥말똥~"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7일 각 시험장 앞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려는 후배 학생들의 열띤 응원전이 새벽부터 펼쳐졌다.
여러 학교 수험생들이 함께 응시한 시험장 앞에서는 각 학교 후배들 간 경쟁적으로 응원전이 벌어져 마치 '수능 대항전'을 방불케 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온 표현을 재치있게 바꾼 플래카드 구호부터 인기가요 개사 응원곡까지 수험생들의 사기를 북돋울 온갖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서울시교육청 제18지구 제1시험장이 차려진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 앞에는 중동·영동·경기고 남학생들이 새벽부터 진을 쳤다.
오전 1∼2시께부터 자리를 잡으러 나왔다는 중동고 학생들은 통일된 동작에 맞춰 응원가를 부르며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영동고 학생들도 여성 연예인들의 사진이 인쇄된 피켓을 들고 선배들이 지날 때마다 경례하며 응원을 보냈다.
경기고 학생들은 학교 담에 '찍어도 정답! 풀어도 정답! 경기고 수능 대박!'이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박기범 영동고 학생회장은 "선배들이 잘 가야 우리도 잘 간다. 모든 선배들이 원하는 대학, 좋은 대학에 붙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문에 멈춰 서서 후배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입장한 중동고 홍현우(18)군은 "1∼2학년 때 제가 선배들을 위해 하던 것인데 이제 응원을 받게 되니 기분이 이상하고 수능이라는 것이 정말 실감난다"고 했다.
중구 만리재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본 배문고와 환일고 학생들도 고사장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 앞에서 학생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응원 '라이벌전'을 펼쳤다.
환일고에서는 학생회장을 필두로 수능생(85명)보다 많은 101명이 응원에 참가했다. 남학생들로만 이뤄진 이들은 박상철의 '황진이',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등 가요 노랫말을 바꾼 응원가를 소리높여 불러 눈길을 끌었다.
환일고 학생회장 최바다(17)군은 "작년 수능 응원 때 사용한 개사곡 중 반응이 좋았던 곡들에 더해 추가로 몇 곡을 더 준비했다"며 "응원이 뭔지 보여줄 것이다. 선배들도 우리 응원으로 힘을 받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배문고 재학생들은 10여명으로 환일고보다 적었지만 수험생에게 초콜릿과 사탕 등을 나눠주고 준비해 간 구호를 외치며 '인원 열세' 만회에 나섰다.
여학생 6명을 포함해 8명의 응원단이 나온 중동고 학생들은 "주변 남학생들이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여학생들의 하이톤 목소리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하게 응원에 임했다.
중구 순화동 이화여자외국어고 앞에는 오전 6시께부터 덕성여고·배화여고·상명대 사범대 부속여고·풍문여고 학생들이 모여 끼를 뽐냈다.
대부분 교복 차림인 이들 여학생은 새벽 추위에 담요를 덮은 채 떨면서도 북, 장구, 꽹과리, 야구 응원봉 등 각종 도구를 이용해 발랄한 응원을 선보였다.
'○○언니 수능 대박나고 가실게요~' '풍문여고 느낌 아니까~' '상명은 만점 스타일' 등 유행하는 문구를 재치있게 바꾼 플래카드와 응원 구호도 등장했다.
인기 걸그룹 크레용팝의 히트곡 '빠빠빠', 에이핑크의 '노노노' 등을 개사한 응원가도 극도로 긴장한 수험생들의 얼굴에 잠시나마 웃음을 만들었다.
덕성여고 남혜린(17)양은 "사전에 응원단 총 77명을 신청받았다. 선배 응원하려고 신청했다. 아침 6시부터 나왔지만 조금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 응원에 참가한 덕성여고의 한 교사는 "아이들도 아침 일찍 나오는데 나도 당연히 나와야 하지 않나"라며 "수험생들이 떨지 말고 침착하게 시험 잘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험장까지 수험생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은 '일전'을 치르러 들어가는 자녀의 뒷모습이 못내 안쓰러운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강남구 도곡동 숙명여고에 수험생 딸과 함께 도착한 정모(50)씨는 정문 안쪽까지 따라 들어왔다가 경비원에게 제지당하자 딸을 꼭 안아주고서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
정씨는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울컥한다"며 딸의 건승을 기원했다.
건국대 사범대 부속고 수험생 이정훈(18)군의 어머니 전계현(48)씨는 시험장인 휘문고 앞에서 아들의 볼에 연신 입을 맞추며 격려했다. 전씨는 "아들 이상으로 떨리는 기분"이라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영혜(48·여)씨는 "6년간 고생한 아이가 마지막 시험을 치르러 가는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모두가 너를 돕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제자들을 붙잡고 일일이 포옹하며 격려한 서문여고 3학년11반 담임 이민복 교사는 "고3 1년 동안 다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제자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원하는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떤 수험생은 긴장이 컸던 나머지 시험장 앞에서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고 앞에서 담임선생님을 보고 눈물이 터진 수험생 심모양은 "괜찮아.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심양의 어머니 윤모(54)씨는 "늦둥이 막내라서 그런지 10년 전 큰딸 때보다 더 긴장되고 걱정이 된다"면서 "긴장해서 울며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신경이 쓰인다"며 함께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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